치앙라이 볼거리

[치앙라이] 1박 2일 여행이 당일치기 여행으로 3 - 반 너래(Ban Nor Lae)

정안군 2014. 9. 16. 10:39




도이 앙캉에서 출발을 하여 반 너래 마을까지는 또 엄청난 고개를 넘어야 합니다.

하지만 올라오던 길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이고 또 많이 단련이 된지라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어요.


게다가 여기는 탄력을 이용할 수 있게 이른바 U자형 직선 도로라서 마치 청룡열차를 탄 것처럼 내리막을 내달렸다가 그 속도로 오르막을 치고 오르곤 했죠.

대단한 스릴이었습니다.

그렇게 몇 번 하고나니 다음 번 경사가 기대가 되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몇 번 오르막과 내리막이 나오고, 통학 버스로 쓰이는 미니 버스에 탄 초등학교 학생들이 열렬하게 반기는 가운데 반 너래 마을로 들어섭니다.

동네는 아주 볼품이 없는 작은 마을입니다.

그냥 길가를 따라 가게 몇 군데 보이는.


여기가 얼마나 촌인지 다른 동네에서는 이미 모습을 감춘 고유 의상을 입은 산족 할머니들이 길거리를 다니고 있더군요.

여기는 파동족이 산다고 했던가요?


정말 엄청난 오지는 오지인가 봅니다.


사실 여기는 미얀마와 국경을 맞댄 국경 도시입니다.

매싸이 국경에서 보는 미얀마는 개울 건너 이웃처럼 다정한 모습이라면, 여기는 우리나라 휴전선처럼 철책이 있고 조금은 긴장감이 있어야 하는 국경 고유의 모습이 보이는 데라고 알려진 곳이지요.


뚱이형아 블로그에서 본  삼거리 장면이 나와서 차를 세웁니다.

바리게이트가 쳐진 부대 입구의 모습이 왼쪽에 있고, 오른쪽으로는 여기 오기 전 군인검문소에서 걸려서 되돌아가지 않았더라면 왔울 도로로 연결되는 길이 있습니다.


아무튼 왼편 바리게이트 앞에서 보초를 서고 있던 초병이 말을 걸어 옵니다.

"안에 들어가고 싶어?"

"그려"


"응. 들어갈 수 있는데, 사진은 안 돼"

"알았수다"


바리게이트가 열리고 그 안까지 차를 타고 올라가니 군 부대가 나오고 넓은 주차장이 있습니다.


입구에는 소수민족 할머니들이 기념품을 파는 가게가 몇 군데 보이더군요.


여기가 국경이란 말이지.



그렇답니다.

증명 사진 배경으로 쓰일 미얀마와 태국 국경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있습니다.

여기를 방문했던 사람들이 빠지지 않고 찍었던 사진이지요.

들어오기 전 사진은 찍지말라고 했지만, 그런 것에 신경쓰는 사람도 없고 완전 자유스런 분위기입니다.

사진 찍지 말라고 한 이야기는 그냥 웃자고 한 말인 듯 싶더군요.

나도 스스럼 없이 사진을 찍어 댑니다.



주차장 한쪽 구석에는 언젠가 왕비 마마가 왔을 때 앉았다는 의자가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꽤 오래 되어 보이는 것을 보니 왕비가 여기에 온 지 한참된 모양이지요?

하긴 요즘은 건강이 좋지 않은지 TV에도 통 나오지 않습니다.



앞에는 국경이랍시고 죽창과 철책을 세워 놓은 모습이 가관입니다.

뭔 긴장감이 흐르는 국경 분위기인가 했더니 그런 것은 전혀 없군요.

무슨 세트장 같은 분위기네요.

아무튼 철책 왼쪽은 태국, 오른쪽은 미얀마 땅입니다.


지키는 사람은 이쪽도 없고 저쪽도 없습니다.

하긴 매싸이 분위기라면 그럴 이유도 없겠지요.

다만 여기는 마약 운반지로 알려져서 이런 경계가 필요한 것처럼 보입니다만.



건너편 미얀마 군인 막사가 보입니다.

미얀마 부대는 직접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한다더니 정말인가 봅니다.

비닐 하우스를 만들어 농사를 짓고 있더군요.


우리나라 휴전선을 사이에 둔 남과 북의 군인 모습과 비교가 되네요.

보급을 몽땅 받는 태국과 한국, 직접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하는 미얀마와 북한.

어쨌든 나라가 경제력이 있어야 군인들도 폼이 나긴 하네요.



아래쪽에는 미얀마 넓은 땅이 펼쳐져 있습니다.

따웅지가 주도인 싼 주 땅입니다.

넓고도 넓었던 그 싼(Shan).



군데군데 태국 군인들을 위한 막사가 보이지만, 군인들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습디다.

가끔씩 한 두명 보이는 정도?


다들 뭐를 하는지.


대단한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좀 싱겁더군요.

우리나라 휴전선의 모습에 비해 낯 간지러운 모습이라 그런가요?


아무튼 국경 구경은 이걸로 간단하게 끝냅니다.

다시 도이 앙캉으로 돌아가서 숙소를 구할 마음은 집사람에게 없으니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갈 일만 남았더군요.

올라 올 때 고생한 것에 비하면 내려 갈 때는 쉽게 내려 왔습니다.

경사가 심해 브레이크 라이닝 타는 냄새가 요란하게 난 것은 피할 수 없었지만요.


팡(Fang)에 가서 하룻밤을 잘까 생각을 해봤지만, 시간도 아직 이르고 여기서 2시간이면 집에 갈 수 있는데 뭐하는 짓인가 싶어 집으로 돌아오기로 합니다.


그 대신 한 번도 다녀 본 적이 없는 109번 도로를 타고 산을 넘어 매 수아이로 해서 돌아오기로 합니다.

실제 가보니 109번 도로도 괜찮더군요.

중간에 마을은 거의 없어서 사람 왕래도 없고 정말 한적한 도로입니다.

옥수수 농사를 많이 짓는지 옥수수를 수확하는 일꾼들 모습만 가끔씩 보였습니다.


가끔씩 MTB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있는 것을 보니 교통량도 많지 않고 높낮이도 괜찮은 모양이지요?


중간에 무지개가 예쁘게 떠있었습니다.

거기에다 숲속을 달리는 동안 공기가 너무 신선해서 피곤하줄도 모르겠더군요.

돌아 오는 시간도 기분 좋은 드라이브였습니다.


갑자기 역주행해서 달려 오는 오토바이 총각이 우리 차를 보고 기겁을 하고 피하려다가 자빠질뻔한 사건만 빼면 아주 만족할만한 109번 도로이었습니다.


집에 와서 기록을 보니, 오늘 하루 308km를 탔고, 최고 고도는 1,710m였습니다.


이것으로 일박 이일로 떠났지만, 당일치기 여행이 된 여행기를 마무리합니다.


나름 재미있는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