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라이 볼거리

[치앙라이] 프리미어리그 경기 ; 치앙라이 대 TOT

정안군 2014. 10. 19. 14:59















치앙라이의 관문인 매파루앙 국제공항 근처에는 축구장이 하나 있습니다.

시설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는 않지만, 축구 전용 구장이랍니다.

이 구장은 태국 북부, 동북부 통틀어 유일하게 축구 프리미어리그 팀에 속한 치앙라이 유나이티드 전용 구장이지요.

태국 프로 축구 리그는 최상위 프리미어리그와 그 아래 1부 그리고 지역별로 운영되는 2부 리그가 있는데, 치앙라이는 프리미어리그에 속한 팀과 2부에 속한 팀이 하나씩 있는 제법 축구가 쎈(?) 도시입니다.

북부 최대 도시이자 태국 제 2도시 치앙마이는 프리미어에 속한 팀이 없으니(심지어 1부에 속한 팀도 없음) 치앙라이의 막강함을 잘 알 수 있지요.

프리미어리그 팀들이 위치한 지역은 대개 방콕이나 방콕 인근 지역이고, 남쪽에 쏭클라, 북쪽에는 치앙라이, 동쪽 시골에 있는 부리람 정도가 방콕 영향에서 벗어난 지역일겝니다.

그러니 더욱 대단하지요.

태국 프리미어리그에도 상위권 팀들은 많은 재정을 투자해서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여 성적을 올립니다.

우리나라 선수들도 제법 태국 리그에서 뛰고 있더군요.

국가대표 선수였던 김동진도 여기 태국 프리미어리그에서 최고 대접을 받으며 선수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김동진 선수가 말하길 팬들 성원 속에서 경기를 해 보고 싶었다고.

김선수 말대로 태국 프로 축구 열기는 한국 프로 축구가 댈게 아닙니다.

우리나라 축구팬들 많이 반성을 해야 되겠지요?

하긴 나도 이 장면에서 할 말이 없군요.

자국 리그가 살아야 국대가 강해집니다.

동남아는 피지컬에서 약해 그게 좀.

 

아무튼 여기 치앙라이에 와서 한 번 구경하고 싶은 생각은 들었지만, 잊고 지나가고 해서 그동안 기회가 없었는데, 국제학교 학부형이기도 한 스기모토상을 알고 나서 이번 주 토요일 치앙라이 구장에서 벌어지는 홈경기 시합을 보기로 합니다.

언젠가 시합이 있는 날, 그 근처를 지나갈 때 극심한 주차 전쟁에 걱정이 되긴 했지만 본 것이 다가 아닐 거라는 생각으로 한 번 도전해 보기로.

경기 시작 1시간 전인 5시에 집에서 나와 10분 정도 걸려 구장 근처에 도착을 하니, 길가에는 벌써 주차한 차들과 노점상들로 제법 혼잡하네요.

구장 가까이 가니 올커니, 넓다란 주차장이 있습니다.

들어 가려고 하니 관리하는 친구들이 뭐라 묻습니다.

모르겠다고 전하니 영어하는 친구가 오더니 시즌 티켓이 있냐고 묻네요.

그러고 보니 입구에 시즌 티켓 소지자만 입장할 수 있다고 써 놓았네요.

그래도 한 번 우겨 보기로 했습니다.

지금 없지만 다음에 사마.

한 번만 봐다오.

차를 돌리라고 했지만 끄떡하지 않고 사정을 하니 좋답니다.

그래서 넓은 주차장에 차를 댈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걱정거리 하나 일찍 덤니다.

이제 표를 나서 들어가기만 하면 되네요.

 

정문쪽에 가니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있었어요.

매표소에 가서 상황을 보니 일반권은 80밧, VIP는 200밧입니다.

VIP표를 사려고 200밧을 주니, 표 두 장과 40밧을 내 줍니다.

이게 뭐지?

 

그러다 생각하니 일반권 2매를 준 것 같았어요.

다시 돌려주며 뷔아이피를 달라 하니 다른 창구로 가라고 200밧을 돌려 주네요.

정면에서 복잡한 왼쪽 창구말고 좀 한산한 오른쪽 창구에서 뷔아이피 표를 팝니다.

조금 신경을 썼는지, 표와 함께 간식 상자도 줍니다.

작은 과자 두개하고 오렌지 쥬스가 든.

 

입장은 반대편쪽으로 가야 합니다.

그쪽이 뷔아이피 전용석이 있습니다.

들어 가려고 하니 손에 들고 있는 물병은 안 된다고 내 놓으랍니다.

일부러 신경 써 집에서 가지고 온 것인데.

플라스틱 컵이나 봉지에 액체를 담아 가야지 물병은 반입 금지더군요.

할 수 없이 물을 좀 먹고는 버립니다.

 

선수 사진이 진열된 로비를 지나서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면, 안내인이 좌석까지 안내를 해 줍니다.

역시 돈이 좋군요.

 

운동장에는 양 팀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었어요.

파란 잔디 위에 컬러플한 유니폼이 참 보기 좋습디다.

치앙라이 유나이티드 스기모토 선수와 트레이너 T K의 모습도 보입니다.

큰 북을 치며 응원을 하는 치앙라이 유나이티드 열성 팬들의 숫자도 제법 됩니다.

이렇게 홈 그라운드 영향을 받는 시합 구경은 처음이라서 흥미가 있었습니다.

 

경기 시작 시간이 되자 치앙라이 유나이티드와 원정팀 TOT 선수들이 어린이 손을 잡고 입장을 합니다.

간단한 의식이 있고 드디어 경기 시작.

내 친구 스기모토는 시작 멤버에서는 빠졌고, 교체 선수로 대기하는 모양이더군요.

TOT에도 한국인이 있는데 누구인지, 선수로 뛰고 있는지 알 수가 없더군요.

전광판에는 선수 명단도 소개가 없었고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도 없었어요.

단지 홈 팀 선수 명단만 요란하게 소개합니다.

그게 홈 팀의 권리인가요?

시시하게 원정팀 멤버 따위는 알 필요도 없다? ㅎ

 

역시 전 구장을 눈에 담고 경기를 보니 TV에서 보던 경기와는 다름니다.

제법 수준도 높고요.

그리고 빈 공간을 찾아 계속 움직여주는 선수들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거기다 아주 편파적인 치앙라이 유나이티드 응원단의 응원. ㅎ

 

시작하자마자 역습 챤스에서 선취골을 기록하는 치앙라이.

불과 시작한지 4분 정도지나서입니다.

거의 대등한 경기를 보이다가 전반 40분 경 동점골을 먹습니다.

 

그리고 전반전 타임 아웃.

막간을 이용해서 입장할 때 준 간식을 먹을 때, 운동장에서는 행운권 추첨을 합니다.

도시바 제공 세탁기가 경품이네요.

어떤 배 나온 아저씨가 당첨되어 타갔습니다.

 

후반전 시작.

일진일퇴.

얼마 안지나 스기모토 선수 교체 선수로 입장입니다.

사이드 어테커네요.

몇 번 크로스를 올렸지만 길거나 해서 소득이 없고.

두차례 걸린 슛은 공중볼. ㅋ

 

그렇게 전후반 경기를 마칩니다.

히키와케.

비김입니다.

 

경기가 끝나자 선수들은 운동장을 돌면서 팬들에게 인사.

그러고 보니 TOT 팬들도 있었더군요.

구석에 열댓명 안팎. ㅎ

스기모토는 윗옷을 벗어서 팬들에게 던져 주고는 내가 앉아 있는 곳들으로 와서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퇴장하려 합니다.

내가 스기모토상 하고 부르니 쳐다 보고는 씩 웃으며 다가 옵니다.

"요깟따네"

맞나요?

잘했다고.

그러고 보니 반말투라 좀 어색했군요.

씩씩하게 고맙다고 하며 악수를 청합니다.

끈적이는 손을 마주 잡습니다.

역시 선수는 경기장에서 뛰어야 행복하겠지요?

좀 경기가 잘 안 되어 서운하더라도 경기장에서 뛴 것과 벤치를 따뜻하게 데운 것은 다를겁니다.

시합을 볼 때 벌레가 많아 좀 성가시긴 했지만, 날도 좋고 제법 수준 높은 경기를 관람하니 돈 아까운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그냥 내년에는 시즌권을 사버려? ㅎ

 

뷔아이피 구역에는 외국인들의 모습이 참 많았습니다.

그들로 나름 치앙라이 팬인지 유니폼을 입고 와서 응원을 하더군요.

하긴 나도 외국인이었군요. ㅎ

 

그러고 보니 오늘 응원한 것은 치앙라이팀의 스기모토인지, TOT의 한국인 선수인지 나도 잘 모르겠네요.

그런데 한국인이 누군지도 끝까지 몰랐어요.

다만 분위기 상 한국인 비슷한 선수는 있었지만요.

그 선수가 맞을거라고 생각하며 응원해 주긴 했어요. ㅎ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보면 오늘 확실하게 치앙라이 유나이티드를 응원한 것은 아닐 듯 싶어요.

다음 기회가 되면 그 때는 응원하게 될랑가?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