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라이 일상

[치앙라이] 태국에서 중국어 배우기

정안군 2014. 11. 21. 19:54



태국에 살면 태국어를 배워야 하겠지만, 태국어는 아무리 생각해도 배울 때 쏟는 정열에 비해 얻을 게 별로 없을 것 같아, 배워두면 태국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좋을 듯 같은 중국어에 힘을 쏟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어는 내가 지금 사는 태국에서는 써먹을 기회가 적으니 단어는 많이 알아 가지만, 어쩌다 누가 중국어로 대화를 하자고 하면 통 무슨 말인지 들리지 않아 지래 겁먹게 되어 점점 동력이 상실되어 갔네요.

이러다 태국어도 놓치고 중국어도 놓치나?

 

그러나 기다리고 준비하는 사람에게 기회는 오게 마련입니다.

 

마침 봄에 일대일 개인지도를 해준 공자학원 천선생이 중국어 중급 과정을 열었다고 연락이 와서 10월 첫 주부터 다닌 것이 벌써 삼주가 되었습니다.

일주일에 삼 일 하루에 두시간씩 계속했더니, 내가 생각해도 듣는 힘(청력)이 많아 좋아졌습니다.

물론 중급 과정이라서 새롭게 배우는 단어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중국인에게 성조를 교정 받아가며 배우니, 책에서 내가 생각하며 소리내던 발음과 달라 새삼스럽기도 하고 머리 속에 훨씬 쉽게 박힙니다.

 

역시 새롭게 아는 기쁨이 크네요.

공자님 말씀 '학이시습지 불역열호'가 맞습니다.

배우고 또한 때때로 익히니 무지 기쁘네요.

 

중국어 수업은 네 명이 받습니다.

단촐하지요?

그것도 면비(미엔 페이)

우리말로 공짜.

 

컴퓨터 가게를 하는 어벙벙 청년 한 명과 무지 똘방똘방한 화장품 과학과에 다닌다는 매파루앙 대학생 한 명 그리고 Ph. D. 논문을 쓰고 있다는 여자 교수님과 제일 늙다리 나.

 

중국어 수준은 그나마 내가 제일 낫습니다. ㅎ

하지만 도토리 키재기 수준인데, 어벙벙 청년은 세 명보다 많이 처지네요.

그 친구 중국어에 대한 기초가 거의 없는데, 여자 교수와 같이 다니려고 우리 반에 들어 왔나 보더군요.

아들인지, 아들 친구인지.

 

천선생이 그나마 사기를 올려 주려 하는 말이 발음은 좋은데, 발음은 참 좋은데 뭐라 할 말이 없네.

이럽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그렇게 암기력이 떨어지는지 모르겠다고.

 

배워도 배워도 다음 날이면 다시 재부팅시킨 컴퓨터 같아집니다.

컴퓨터 가게를 해서 그런가?

 

내가 봐도 통 암기가 안됩니다.

태국이 아니라면 중국인 천선생이나 한국인 나에게는 그런 기억력의 소유자는 만나기가 어려울 듯 해요.

 

그래도 그 친구 때문에 수업에 대한 스트레스는 덜합니다.

그 친구에게 질문이 가면 버벅거리느냐 많은 시간 여유가 생겨 잠깐이나마 머리를 시킬 시간이 나오거든요.

 

아무튼 수업 있는 날 하루에 두 시간씩 수업을 받는데, 언제 두 시간이 지나간나 할 정도로 시간이 금방 가네요.

그만큼 집중을 많이 한다는 거겠죠?

 

수업을 받으며 느끼는 점은 확실히 한자에 대한 것입니다.

깐짜나부리에서 만났던 일본인 아저씨가 동양 삼국에서 공통 분모로 작용하는 것이 한자인데 한국이 한자 교육을 포기한 것이 아쉽다고 했던 말.

그 말이 새삼 새롭게 다가옵니다.

 

우리나라 말 어휘가 거의 한자다 보니 그 한자를 알면 뜻을 쉽게 알 수는 있지만, 한자라는 것이 배우기에 쉬운 것이 아니다 보니 가제나 학습 부담이 큰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부담을 덜 주려고 한자 교육을 선택으로 돌린 것이 잘한 것이냐에 대한 질문이지요.

 

확실한 것은 한자를 몰라도 한국에서 살아가는 것은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한자를 알면 중국어나 일본어는 거의 반은 먹고 들어 가는 것과 마찬가지더군요.

 

일본어를 배우다 보면 얼마나 많은 용어들이 일본에서 왔는지 새삼 알게 되더니, 중국어를 배우면서도 마찬가지로 그런 느낌이 많이 듭니다.

아니 우리가 일본에서처럼 중국에서도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았는지 알게 되네요.

사실 한국말에서 마데인 차이나나 마데인 재팬을 빼면 뭐가 남나 싶어요.

 

이러니 우리 교실에서 같이 배우는 어벙벙 청년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태국도 우리나라처럼 소리 글자로 태국어 자음과 모음을 합해 말이나 문장이 이루어지는데, 중국은 잘 알다시피 한 글자 한 글자가 뜻이 있고 이런 글자가 수 없이(?) 나오니.

 

전세계에서 배우기 어려운 말이 동양 삼국 언어라고 하네요.

아마도 이건 서양인 기준일겁니다만.

 

내가 생각을 해보니 그 가운데 일본어가 그나마 제일 쉬운 듯하네요.

물론 한국인이라서 그런 생각이 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확실히 일본어는 우리와 어순이 같아 부담이 덜 되긴 하죠.

문자도 한글만큼이나 간단하고.

 

한국어는 일단 읽기와 쓰기는 쉬운 편이지요.

하지만 말하기는 세계에서 제일 어려운 언어가 아닌가 싶어요.

세종대왕님이 그나마 한글을 만들어서 읽기와 쓰기에 도움을 주셔서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만.

 

중국어는 글자고 어렵고 말도 쉽지 않습니다.

그나마 중국어 병음이 알파벳이라서 서양 친구들은 그게 도움이 되긴 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한자는 외계어지요, 코 큰 서양 친구들에게.

 

이러니 동양 삼국 언어가 서양 친구들에게 어려울 수 밖에 없겠죠?

 

중국인과 한국인 그리고 일본인 모두 한자를 안다고 하면 어떨까요?

중국인이 한자를 안다고 해도 한국어 배우기는 쉽지 않죠?

일본인도 마찬가지랍니다.

한자를 많이 쓰는 일본인도 한국어 배우기가 만만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국인이 한자를 안다면?

확실히 이러면 중국인이나 일본인이 한국어를 배울 때와는 느낌이 다르네요.

한국인이 한자를 안다면 중국어와 일본어는 쉽게 다가오니.

 

아무래도 한자를 배워두면 확실히 도움이 되긴 하겠군요.

그렇담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한자를 가르쳐야 된다?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중국 사람들도 어렵다고 하는 한자를 우리나라 학생들이 배워야 하는지는.

그런데 배우면 도움이 되긴 하고.

 

흐.

이럴 땐 어쩐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