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거리

[치앙라이]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 1149번 도로 - 1

정안군 2015. 9. 10. 20:30



이제껏 많이 돌아 다녀서 치앙라이 근처는 더 이상 가 볼만한 곳은 없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세상은 넓다는 것을 새삼 느낀 날이었습니다.

이런 곳을 왜 이제 왔을까 하는.

좀 과장해서 말하면 천국과 가장 가까운 모습이라고 할까나.

그건 바로 1149번 도로입니다.

 

1149번 도로.

매싸이 가는 1번 국도에서 갈라져 도이뚱을 지나 미얀마와 태국 국경을 따라 산마루를 누비다가 매싸이로 떨어지는 길이지요.

원숭이 사원, 왓 탐 플라에 가 본 사람은 알겁니다.

원숭이의 모습도 신기하지만 사원 뒷쪽 산의 모습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1149번 도로는 그 심상치 않은 산의 마루를 지나는 길이랍니다.

 

1번 도로에서 갈라진 1149번 도로를 따라 도이뚱 왕비정원 가는 길은 경사도 완만하고 주변은 온통 숲이라 드라이브 코스로는 제법인 길입니다.

그러나 나중에 나오는 경치에 비하면 그건 경치도 아닙니다만.

 

중간 도이 매쌀롱 가는 1138번 도로가 갈라지는데 도이뚱은 오른쪽 길입니다.

다음에는 1138번 도로도 한번 가 봐야 되겠네요.

오른편으로 매싸이 평원이 평쳐지는 멋진 경치를 뒤로 하고 조금 더 오르면 ㅓ 자 도로 갈림길입니다.

도이뚱 왕비 정원은 왼쪽으로 급히 구부러지는 방향이고, 오늘 내가 소개하는 도로 풍경은 직진입니다.

제법 올라가지만 경사가 완만해서 힘이 몹시 딸리는 내 차도 가쁜히 오를 수 있는 길입니다.

구불구불한 길을 제법 오르면 오른편으로 ㅒ식물원이 보이고 좁아진 길을 따라 더 오르면 하늘 아래 첫 동네가 등장합니다.

동네라고 해도 일반인들이 사는 마을이 아니라 미얀마와 태국 경계를 지키는 태국 군대 막사입니다.

그러니까 국경 바로 앞이지요.

허나 국경이라고 하는 말에서 풍기는 긴장감 같은 것은 전혀 없습니다.

느슨한 모습의 태국 병사 모습만 몇 명 눈에 들어오는 정도입니다.

긴장이 완화된 세상의 풍경이 이래야 되는 것이겠죠.

 

어느 나라는 원래 한 나라였는데, 언젠가부터 둘로 나뉘더니 서로 못 잡아 먹어 으르렁거리면서 아직도 개미 새끼 한마리도 접근하지 못하게 막는 국경을 가지고 있는 곳이 있다고 하지요?

그런 국경을 지키겠다고 아침 이슬 같은 청년들이 잠도 못 자며 고생을 바가지로 하는 곳.

그러다가 가끔씩 사고가 나면 상대방이 저지른 것이라고 난리 부르스를 떨고, 적이라는 나라는 내가 한 것이 아니라고 오리발(?)인지를 내미는.

한 나라는 GDP도 따지면 세계 최빈국인데, 능력으로 따지면 못하는 게 없는 나라.

은행 전산망도 마비시키고 전투함을 침몰시키며 하늘로는 글라이더를 띄우고 귀신 같이 나타나 지뢰를 심는 막강 능력을 자랑한다는.

 

그런 나라 그런 능력이 발휘(?)되면 창피한 줄도 모르고 욕이나 퍼부으면 신나 하는 노인네들이 바글바글한 상대 나라.

두 나라 높으신 분들은 이런 것이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는 지는 관심이 없고, 그저 상대방을 이용해서 내 자리만 보전하면 된다는 거룩한 생각으로 똘똘 뭉치셨다는군요.

하긴 한 나라 대장님 동생과 그 나라 당의 대장님 사위님은 뽕쟁이로도 이름을 날렸다는데.

그러고 보면 가지가지 합니다.

그래도 팬들이 많은 그 나라 대장님은 너무 부럽네요.

 

그런 나라에 사는 젊은이들이 미안하지도 않은지 늙은 분들은 서로 상대방을 나쁜 놈이라고 젊은이들에게 생각을 넣으려고 하고 그렇게 해서 지네들 자리 보전하는 데 신나하는 그런 곳.

 

그게 어느 나라인지 두 나라 지도자들은 이곳에 와서 국경이 어떤지 보고 갔으면 좋겠네요.

하긴 몰라서 그러겠습니까?

속는게 바보들이지.

 

 

 

 

사실 이곳은 마약이 밀수입되는 위험 지역인데도 긴장된 모습은 전혀 없습니다.

언덕 앞 주차장에 차를 세웁니다.

매싸이까지 21 km 라는 도로 안내판이 서 있네요.

도로는 포장이 되어 있기는 하지만 상태는 별로 좋지는 않습니다.

그 옆으로는 작은 언덕이 있습니다.

 

작은 언덕은 우리나라로 하면 GP 정도가 되나요?

도이창뭅 국경 수비대라는 안내판이 있네요.

이 지역 이름이 도이창뭅인가 봅니다.

 

계단을 따라 언덕을 오릅니다.

슬슬 올라가도 말리는 사람이나 안 된다고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게 얼마 안 되는 계단을 오르면 천상의 경치가 펼쳐집니다.

이게 국경의 모습이라니.

태국 미얀마 국경선 안내판이 있고 경계를 따라 벙커가 있긴 하지만 그것 말고는 국경이라는 상징은 없습니다.

아.

있군요.

군데 군데 이어진 나무 울타리.

그나마 미얀마쪽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이게 국경이라니.

 

그리고는 정말 멋진 초록색 구릉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아름답네요.

 

구글 지도에서 보면 여기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는 모습의 사진이 있는데, 겨울철에는 실제로 야영도 하는 모양입니다.

지뢰를 밟았다거나 누가 와서 상대방 목을 따갔다고 하는 어떤 나라 국경 이야기는 정말 현실적인 이야기인지 여기에 오면 묻게 됩니다.

 

그런데 사람이 없으니 누구에게 물어 봐야 되지요?

여기도 지뢰를 밟아 청춘 신세를 망치게 하는 일이 있냐고 묻고 싶은데.

 

GP라고는 하지만 군인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천상 경치라서 오래 오래 있고 싶지만, 국경이라고 하면 괜히 전해지는 불편함 때문에 내려 옵니다.

이런 걸 보면 나도 역시 국경 신드롬이 있나 봅니다.

국경이라고 하면 괜히 살 떨리는.

 

길이 차단 되어 있어 더 못 가는 줄 알았는데, 혹시나 해서 검문소를 지키는 젊은 병사에게 물어 봅니다.

우리나라 군인 아저씨 같은 딱딱한 느낌은 전혀 없는 그냥 동네 총각들의 모습을 한 군인들은 걱정 없이 갈 수 있다고 하네요.

매싸이 가는 길이라고.

 

원래는 도이뚱 왕비 정원쪽으로 돌아 갈 예정이었지만, 국경을 따라 난 길이니 흥미가 생겨서 가보기로 합니다.

차단기가 오르고 길을 따라 나갑니다.


 

조금 가면 왼편으로 흙길이 이어지는데, 그쪽에서 청년 둘이 오토바이를 끌고 나타납니다.

GP에서 매싸이 방면 길쪽 언덕 왼쪽에 있는 마을에서 나오는 모양이더군요.

 

나중에 지도에서 확인을 해 보니 그 마을은 태국 땅의 마을이 아니고 미얀마 땅에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청년들은 태국으로 밀입국(?)을 한 셈이더군요.

근처 초소 위에 태국 국인들이 있었지만 총 소리는 켜녕 사람 소리도 없었습니다.

국경이나 바다쪽에 얼씬거리면 총알 밥이 되는 어떤 나라가 생각나더군요.

 

그냥 이런 식으로 국경을 통과해서 다니는 모양입니다.

 

아무튼 좁지만 포장된 도로를 따라 나가면 멋지고도 멋진 풍경이 왼쪽 오른쪽에 사정없이 나타납니다.

 

이런 곳이 있었구나.

 

이어집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