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산 마루를 따라 이어지는데, 정확히는 마루금에서 태국쪽으로 나 있습니다.
마루를 따라 난 길이라서 심한 경사도 없고 부드러운 곡선으로 되어 있지요.
중간에는 울창한 소나무 숲도 있어서 차량을 이용하지 말고 슬슬 걸으면, 가슴 가득히 피톤치드가 스며 들겠더군요.
피톤치드.
피톤치드.
태국에서는 생소한 느낌이지만 여기는 됩니다.
그러니 산림욕으로도 그만인 곳입니다.
길은 좁고 상태도 별로지만, 차량 통행이 거의 없고 숲속 길이라서 분위기는 끝내줍니다.
산기슭에는 커피 나무가 많이 심겨져 있네요.
커피가 익어갈 때면 커피 트레킹을 겸해도 좋을 곳입니다.
여기를 지나면서 빵컨 마을은 머리 속에서 지웁니다.
빵컨은 여기와 비교 대상이 아니네요.
커피 거기에다 경치도 너무 너무 좋으니.
그러다 한 마을을 만납니다.
검문소를 지나면서 보았던 이정표에 나오는 파 히 마을(Ban Pha Hee บ้าน ผา ฮี้)입니다.
검문소에서 대략 3km 지점.
대충 보아도 마을이 자리한 곳은 명당 중의 명당이네요.
마을 입구에 차를 세우고 언덕 아래로 세워진 마을로 들어 가 봅니다.
외부인에 대한 경계는 없는 것을 보니 생각보다는 외부와 많이 교통하나요.
하긴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왼쪽 골짜기의 경치가 멋있어 사진 찍을 장소를 찾다 보니 주차한 곳 근처의 한 집 마당이 좋아 보이더군요.
아카족 할머니가 집안일을 하고 있어서 인사를 하고 들어 가 보는데.
와.
이런 풍경을 발 아래로 깔고 사는 집이 이 세상에 또 있을까요?
너무 멋있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이런 곳에 커피숍을 차리면.
아님 이 집을 빌려 가끔씩 경치 구경하며 머리를 식히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속절 없는 생각이 머리 속을 떠돕니다.
이 할머니는 어떤 기분으로 살까요?
아무리 좋은 경치도 감동이 오래 가지는 않으니 아무 생각 없이 살겠죠.
유람에는 손자인지 손녀가 고히 자고 있더군요.
내가 보기에는 이 세상 최고 경치를 가지고 있는 집에 태어난 복덩이입니다.
다른 각도의 사진을 찍고 싶어서 옥상이 있는 집을 가 봅니다.
조그만 아카족 아줌마가 옥상에 올라 오네요.
복장은 현대식(?)이지만 머리에는 아카족 전통 관을 쓰고 있습니다.
우두토마.
인사를 건내니 조금 놀라면서 뭐라 말을 건냅니다.
아마도 아카 말을 할 수 있냐고 묻는 듯 했습니다.
미안해요.
아는 것은 '우두토마' 밖에 없슈.
길이 험하고 워낙 오지라서 그렇지 이 동네 경치 좋은 집을 얻어 놓으면 언젠가는 뜨겠습디다.
물론 그게 10년 후일지 100년 후일지는 모르지만요.
이제 손님 오면 이 마을은 꼭 들려야 할 명소로 꼽아 둡니다.
또 올 것이니 너무 아쉬워 말고 마을을 떠납니다.
나중에 구글 지도에서 확인을 해 보니 파 히 마을은 1149번 도로가 유일한 접근로입니다.
산 아래로 바로 내려 갈 수가 없네요.
파 히 마을부터는 엄청난 경사로를 따라 산을 내려 갑니다.
매싸이 쪽에서는 승용차로는 어렵겠더군요.
여기에 밑줄 쫙.
승용차로 반대로 오기는 어렵다.
숲속에 숨은 듯한 마을을 지나고 한참을 내려 가면 제법 큰 동네가 나옵니다.
파 미 마을(Ban Pha Mee บ้าน ผา มี)입니다.
파 미라.
파 히와는 이름에서 뭔가 통하는 듯 하죠?
맞습니다.
모두 아카 마을이더군요.
둘 다 듣보잡 뽕응안(โป่งงาน)면 소속입니다.
면 단위인 땀본 뽕응안은 구글에서 검색해 봐도 안 나오는군요.
아무튼 아카 마을은 파가 들어 가는 게 보편적인가 둘 다 파가 들어 가 있습니다.
사실 파는 아니고 fa입니다.
우리 나라 발음으로는 어려운.
마을에 들어 서니 언젠가 와 본 듯한 느낌이.
그렇더군요.
언젠가 리틀 박이 동네 구경 시켜 준다고 다닐 때 와 본 마을이었습니다.
이 마을도 경치가 좋아 처음 왔을 때는 절경이라고 느꼈는데, 파 히 마을을 보고 오니 그냥 평범한 수준으로 바뀝니다.
눈이 참 간사하죠.
여기서 매싸이쪽으로 향하는 길은 공사 중으로 통행 금지라 그냥 마을을 가로 질러 산을 내려 옵니다.
처음 이 마을에 왔을 때에도 산길로 매싸이에 가려 했는데, 오후 시간이 늦었다고 다시 돌아 나온 기억이 있네요.
사실 파 미 마을에서 산길로 가는 매싸이도 얼마 되지는 않습니다.
과수원 사이 길을 따라 대로로 나오니 매싸이 마크로(MAKRO) 근처입니다.
이런 대로가 있는 곳은 평지입니다.
평지.
산족의 땅이 아닌 태국 민족의 땅이죠.
별 곳 아닌 듯 해도 참으로 대단한 반전입니다.
산 꼭대기에 사는 산족.
그리고 평지에 사는 태국 민족.
그 두 민족 사이에는 산 높이 보다 더 높고 골짜기 보다 더 깊은 차이가 있지요.
아무튼 처지가 어떻든 산족들은 기가 막힌 곳에 살고 있습니다.
물론 경치만으로입니다.
먹고 사는 문제는 별개로 치고요.
1149번 도로를 따라 가는 여행은 차가 없으면 오토바이 여행도 좋습니다.
물론 비가 올 때는 참으셔야 하고요.
자전거로는?
흐...
죽습니다.
아님 거의 사망 직전까지 갈수도.
짜릿한 극한의 고통을 맛보시려면 한번 도전해 보셔도 좋습니다.
Uhmssi라는 블로그에 가면 자전거로 이 지역을 통과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미쳤거나 대단하거나.
이 둘 중 하나입니다.
도이뚱 방향에서는 그나마 괜찮습니다만.
오토바이나 차량을 이용할 때도 역박향 그러니까 매싸이쪽에서 올라 가는 것은 금물입니다.
명심하세요.
1149번 도로는 도이뚱 방향에서 시작하는 게 정석 플레이입니다.
아무튼 이 근처에서는 최고의 경치라는 게 결론입니다.
이제까지 내 손님들께 이런 절경을 보여 드리지 못한 게 죄송스러울 정도입니다.
억울하셔?
그럼 또 오세요.
하지만 이젠 나도 아마튜어가 아니라 프로.
전향을 했답니다. ㅎ
그렇게 대접을 해 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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