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도이뚱 산마루에 있는 파하 마을에 다녀 왔습니다.
파히 마을은 우리로 치면 민통선 안에 있는 대성동 마을과 비슷한 처지인데, 여전히 국경 마을 같은 기미는 전혀없는 그저 조용한 산마을 분위기였어요.
국경이 주는 긴장감요?
그런 건 벌써 개나 준 듯 했지요.
마을 입구에 차를 세우고 여전히 멋진 풍경을 주는 집에 들어가 보는데, 전에 왔을 때는 있었던 어린 애와 할머니는 마실을 갔는지 보이지 않고 개 두마리가 있다가 낯선 이들의 출현에 꼬리를 감추고는 자리를 비켜 줍니다.
뭐라 응얼거리기는 하는데, 겁을 주기 보다는 지가 잔뜩 겁 먹은 모습으로 말이죠.
그러고 보니 길가에 개들은 많이 보였는데 짓고나 하는 개는 한 마리로 없었군요.
그 지역 개들은 사람들의 모습을 닮는다는데, 파히 마을 사람들도 일단은 모진 사람은 없나 봅니다.
전망요?
그게 어디 가나요.
여전히 명품이었습니다.
이젠 첫 방문도 아니고 두 번째이니 여유를 가지고 동네 깊숙히 들어가 봅니다.
마을은 아주 세련된 모습은 아니지만, 빈티는 벗은 듯 했어요.
번듯히 지은 집들도 몇 채 보였구요.
커피 재배로 이곳도 이제 돈이 좀 도나요?
이 마을에 오기 전 국경 수비 부대에서 만났던 아카족 전도사라던 사람이 이 마을 출신이라고 해 교회가 있나 마을 사람에게 물어 보니 없다네요.
말이 잘 전달이 되지 않나 해서 다른 사람에게 물어 봐도 여전히 없다고.
호.
그래.
그런데 갑자기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마을 가운데 공터로 올라 가는 사람이 있었어요.
일본 신사의 도리이 비슷한 나무 구조물이 있는.
그 앞에 쪼그려 앉고는 뭐라고 한참을 중얼거리더니 손에 들고 있던 병아리를 가슴 높이로 올립디다.
설마 저 병아리를.
그런데 어쩌죠?
실제로 생각한대로 하더군요.
정글 칼로 병아리 목을 몇 차례 쳐서.
으~~~
그리고 피를 뿌리고는 아무 일이 없던 것처럼 나와 어디론가 가 버렸어요.
무슨 세계테마기행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더군요.
현실이 아닌 드라마 속 장면요.
그 자리로 가 봅니다.
병아리를 짧은 생을 마감하고는 땅 바닥에 버려져 있었어요.
실제 상황이 맞더군요.
제법 오래 된 나무들이 주변에 있는 것을 보니 병아리가 돌아가신 곳은 이 아카족에겐 성스러운 장소로 여겨지나 봅니다.
도리이 비슷한 구조물 위에는 새 비슷한 작은 목각들이 놓여 있었고, 옆에는 다산을 상징한다는 남근 모형이 있네요.
남근 모형을 잘 살펴 봅니다.
요리 보고 저리 봐도 사실 남근인 것 같은데, 좀 세밀함은 많이 부족했어요.
그래도 그냥 남근일 걸로 해 두죠.
어쨌든.
어지간한 아카 마을은 기독교화 되어 더 이상은 이런 토속 신앙 전통은 보기 힘든데, 이곳은 기독교의 막강 파워(?)가 아직은 미치지 못했나 봅니다.
그렇담 전통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인데.
그런데 외관으로 봐서는 그렇지는 않아 보이네요.
다른 산족 마을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
멀리 건너 산마루에는 제법 큰 건물의 모습이 보입니다.
구글에서 확인을 해 보니 왓 프라탓 도이뚱 같네요.
거기서 보는 경치도 좋아 보이는데, 여기 경치도 참 좋지요.
마을 구경을 마치고 차가 주차되어 있는 곳으로 돌아 오는데, 긴 나무 세 개를 묶어 세워놓은 구조물이 보이네요.
이런 것은 아카족의 명절 때 사용하는 것이라고 어디선가 본 듯 한데...
글쎄.
과연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마을 방문을 마치고 내려 오는데, 여러 무리의 자전거 부대가 그 험한 언덕을 오르더군요.
그 모습을 보니 내 마음 한 구석에서 뭔가 뜨거운 게 느껴집니다.
그것은,
무. 한. 도. 전.
하지만 현실은.
에이.
유. 한. 도. 전.
이렇게 결론을 맺습니다.
정안군.
이제 늙었구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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