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다른 나라에서 다른 나라 사람을 만났을 때

정안군 2015. 11. 8. 11:32



 

사람의 기억이라는 게 자기 자신은 정확하다고 믿어도 사실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아님 믿는 대로 기억하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지금 쓰고자 하는 것이 얼마나 그 내용과 가까운지는 솔직히 자신이 없지만, 한창 리더스 다이제스트 영어판을 읽을 때 읽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무튼 이 리더스 다이제스트.

 

77년 봄인가 대전 한 서점에서 만나 그 때부터 몇 십년을 넘게 보았다.

덕분에 영어 독해 실력이 많이 늘어서 꽤 고맙게 생각했는데, 처음 살 때 500원이었던 것이 그만 보아야 되겠다고 생각할 때는 6000원인가가 넘었었다.

내용이 좋긴 했지만 돈으로 봐서 그럴 가치가 있는 것인지 많이 고민을 하다가 중단했던 기억과 함께 그 때 보던 그 책들은 창고에서 곱게 썩어 가고 있다.

버리기는 아쉽고 그렇다고 크게 쓸 일도 없을 듯한 물건으로.

이걸 계륵이라 했던가?

버리자니 아깝고 먹자니 먹을 게 없는.

 

아무튼 그 때 읽었던 한 장을 기억을 더듬으며 추억하고자 한다.

물론 내 기억이 맞다면 말이다.

 

때는 이차대전이 터진 직후.

정확히는 일본군이 하와이 진주만을 성공적으로 타격한 직후였다.

기습을 당한 미국은 일본군이 미국 서해안으로 침공을 해 올까 신경을 바짝 세우고 있었다.

 

이 때 샌프란시스코 중국인 사회에서는 미국 서해안 방위를 위해 중국계 젊은이들을 방위군에 보내기로 한다.

그래서 중국계 젊은이들이 한 훈련소에 모여 들었는데.

문제는 이 친구들이 영어를 모른다는 것.

 

사실은 모른 척 했던 것 같지만.

왜냐 하면 꼰대들 성화에 나오긴 했지만 군대에 가고 싶어 할 젊은 애들이 있었겠어?

늘 그렇잖아.

일은 노인네들이 만들고 설거지는 젊은이가 하니.

 

아무튼 여러 교관이 맡아서 해 보았지만 이들의 사포타지 비슷한 것으로 효과는 오르지 않고 완전 당나라 군대 비슷한 분위기였다.

이 때 주인공이 등장을 하는데.

이 친구도 다른 교관들처럼 영어로 구령을 부치며 훈련을 하려 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물론 미국이라는 환경이 큰 변수이긴 했다.

 

일본군이나 한국군이라면 패서 시키면 되었겠지만 미군이야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으니.

게다가 못 알아 듣는데야.

 

해서 방법을 바꾸어 보기로 한다.

영어로 구령을 부치는 것이 아니라 영어 구령을 중국어로 바꾸어 훈련을 시켰다.

그러니까 자신이 바뀌기로 한 것.

 

효과는 놀라웠다.

중국어 구령으로 통솔을 하니 당나라 군대에서 정예 부대 분위기로 완전히 바뀌었다.

그래서 마지막 수료할 때는 멋진 열병과 분열로 마무리할 수 있었단다.

물론 상급자들이야 영어 구령이 아니고 중국어 구령 부치는 것이 조금은 껄끄러웠겠지만, 부대 통솔이 제대로 되니 뭐라 말할 수도 없었을 테지.

 

그리고 이들은 집으로 돌아 가고.

다행히 일본군이 미국 서해안으로 침공하는 일은 없어 중국계 젊은이들로 이루어진 방위군도 소집되는 일이 없이 임무를 잘 마쳤다.

 

전쟁이 끝난 후 이 교관은 별다른 일자리가 없어 곤궁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샌프란시스코 차이나 타운의 한 식당에 들어가 가장 싼 초면을 시켰다.

우리로 하면 우동이나 짜장쯤 될 걸.

 

싸고 그나마 만만하게 배를 채울 만한 게 그것 뿐이라서.

그런데 나온 음식은 초 호화판.

우리나라 중국집으로 생각하면 유산쓸, 난자완쓰에 탕수육 정도라 할까?

어리둥절해진 옛 교관 앞에 빙그레 웃으며 등장한 것은 옛 훈련소 부하.

 

"라오쓰"

라오쓰는 중국어로 선생님.

 

이 정도로 다이제스트의 내용은 끝났는데, 이 내용이 내 머리 속에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을 보니 꽤 감명이 깊었던 모양이다.

사실 중국인을 다루는 법이라기 보다는 세상 속에서 다른 문명이나 인종을 만났을 때 처신하는 법를 배웠다고나 할까?

 

미얀마에서 또 중국 티벳에서나 아님 네팔에서도 처음 만나는 그 나라 사람에게 그 나라 말을 배우려고 물으면 놀랍게도 친절을 베풀곤 했다.

 

일 이 삼 사.

이게 니네말로 뭐여?

안녕하세요는?

 

남의 나라에서 다른 나라 사람들과 일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있다면 이걸 써 먹어 보길.

먼저 그 상대방 말을 배워 그 말을 써 먹어 보라.

 

게으른 사람이 있으면 그 나라 말을 배워서 그 나라 말로 "일찍 일어나서 일찍 나와. 그러면 밥맛도 좋고 건강해져"

 

이렇게 말이다.

 

그리고 다른 말을 하고 싶으면 그 친구에게 그 나라 말로 그게 뭔지 물어 보라.

아마 효과 만점일걸. ^^

 

"밤에 술 고만 먹어. 이게 니네 말로 뭐야?"

 

이후 효과를 본 사람이 있으면 밥 한 번 사시라.

사기 싫으면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