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완벽하게 딱 떨어지는 곳에서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만은 치앙라이의 생활은 10점 만점에 8.5점은 되는 것 같습니다.
달콤한 아침 공기, 그리고 요즘처럼 서늘한 아침을 떨쳐주는 온천.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세상인 골프의 생활화.
그러나 산 좋고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이 어디 흔하겠습니까?
여기도 아쉬운 게 있으니 바다가 멀어 좋은 해물은 없는 것이 하나요, 읽을거리가 부족한 것이 둘입니다.
아무리 인터넷으로 정보의 갈증은 해소한다고 하지만 책을 직접 읽는 기쁨에다 비할까요.
여기서의 생활은 만족할만한 것이었지만 책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즐겼던 나에게는 메꿀 수 없는 허전함이 있었습니다.
책이 부족하니까요.
누가 온다고 할 때 부탁을 해 보고 싶지만 책이란 놈이 보통 무게여야지요.
그런데 아들이 방문하러 오면서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수화물을 넉넉하게 실을 수 있으니 부탁할 것이 있으면 하시라.
ㅎ
책이 생각났습니다.
무게가 제법 나가지만 만만한 장가 가기 전 아들이니. ㅎ
사실 여기서 여러 블로그나 카페를 들락거리며 읽고 싶었던 책이 몇 권 있었습니다.
그래서 메모를 해 놓았었죠.
이 책들입니다.
바다맛기행 2
소설로 읽는 중국사 1, 2
화폐전쟁 3
길 위에서 읽은 중국 현대사 대장정
이렇게 모두 다섯권인데 사실 이거 한 달 읽을거리로도 부족하죠.
가지고 올 때는 많은 것 같은데, 막상 풀어 놓으면 얼마 안 되어 보이는 느낌?
그래서 읽고 또 읽어도 질리지 않고(아니 덜 질리고) 유익할 책을 더 추가하기로 합니다.
바로 로마인이야기입니다.
시오노 나나미라는 일본계 할머니가 쓴 글인데, 참 감동적인 사연이 많은 책이지요.
개인적으로 나는 이 할머니를 상당히 좋아합니다.
일부 논객들은 이 로마인이야기가 제국주의 관점에서 쓰여진 것이라 비판을 많이 하지만, 역사물이라는 것은 자기만의 사관으로 필터링할 필요가 있는 것이니 자기 사관이 뚜렸한 사람에게는 큰 문제는 없을 듯 합니다.
사관이란 역사를 보는 관점이잖아요?
이게 사람마다 같을 수가 없지요.
우리나라 국사책을 읽으면 이상한 '기운'이 느껴진다는 괴상하고 신비한 사관을 지닌 레이디가카 같은 분처럼 별난 '사관'을 지닌 분도 계시니.
사실 로마인이야기는 이미 두 번이나 읽어서 다시 읽는다면 일본어 원판으로 읽어 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일본어판을 구하는 것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라 단념을 했지요.
로마인이야기라.
사실 본 책을 다시 구입해서(물론 중고본이지만) 가져다 달라는 것도 좀 멋적고 무리라는 생각에 몇 번이나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그리고 그냥 포기하려고 했는데, 아들이 벌써 사 놓았다네요.
이런.
이럴 땐 못이긴 척해야죠.
속으론 좋아 죽습니다. ㅎ
한 달에 한 권씩을 읽으면 15달.
일년을 넘길 수 있으니 적어도 몇 년은 심심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너무 지겨울 것 같다고요?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이야기를 일 년에 한 권씩 써서 무려 15년 걸려 책을 완성했습니다.
이런 대단한 책을 읽는데 그런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지 않을까요?
아마 이번에 오는 책들은 다시 한국으로 가지는 않을 겁니다.
내가 이곳을 뜬다면 누군가에게 주고 가야죠?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몇 년전 중국 계림 근처 한 시골 마을에 갔을 때 거기 유스 호스텔에 '책이야기'라는 책을 두고 왔는데 한참 뒤 한 한국인이 쓴 여행기에 그 책이 등장하더군요.
너무 너무 반가웠다고.
그 친구도 반가웠겠지만 나도 반가웠습니다.
적어도 여기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책들은 그런 대접을 받게 하고 싶어요.
아무튼 아들보다도 더 반가울 것이 바로 같이 올 책입니다.
둘째가 자전거를 가지고 올 때만큼 기쁘네요.
진짜로 반가운 것이 하나 더 있긴 한데 여기선 Top Secret.
쉬~~~~~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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