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선에는 왜 미국과 북한만 보일까요?
일찍부터 우리나라 국민들은 전 세계를 무대로 우리나라 상품을 소개하고 팔면서 지경을 넓혔고, 배낭 여행자들은 지금도 전 세계 구석 구석을 누비는데, 대통령이 되겠다는 정치인들은 왜 그렇게 시야가 좁은지.
전 세계를 우리가 품자.
이런 포부 큰 사람이 없나요?
토론한다는 게 쪼잔하게 북한 어쩌고 미국 어쩌고...
이번에는 좁은 한반도를 벗어나 폭넓게 전 세계를 가슴에 품으며 어우르는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구촌이라 불리는 전 세계에는 200여 국가가 넘으며 그들은 우리와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니까요.
이번처럼 행복하고 마음 편하게 투표한 적이 있었나 싶습니다.
비록 비행기 타기 위해 돈 들이고 먼 길을 다녀 왔지만요.
어제도 대통령 후보자들이 모여 토론을 하였습니다.
굉장히 중요한 시기인데, 토론 주제는 역시 미국과 북한이었습니다.
토론회를 보고 있자니 게 생각이 나더군요.
게, 태국어로 '뿌'이고 영어로 crab.
우리나라에는 소위 콘크리트 지지층이라 부르는 수구 세력이 30 - 35% 정도 된다고 하지요.
이미 그들은 대통령이 되는 것은 직즉 포기하고, 그저 그 30% 언저리 된다는 수구 세력을 자기 편으로 삼으려고 서로 물고 뜯는.
게 세 마리가 한 그릇 안에 있어 서로 못 나가게 다리를 물고 놓지 않는 모습.
딱 그런 모습이 떠 올랐습니다.
그들이 누군지는 다 아시죠?
아무튼 오늘, 남보다 먼저 투표하러 방콕에 다녀 왔습니다.
총알보다 무섭다는 투표를 했습니다.
가서 총을 당겨 한 방 날렸죠.
미국, 북한, 돼지 발정제, 싸드 이런 것들이 그 한 방에 날라 갔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쏜 한 발 가지고는 안 되겠지만 모여 함께 쏘면 가능하겠죠.
내가 쏜 한 발, 그리고 님이 쏜 한 발.
한 발 또 한 발은 적지만 모이면 모든 걸 날려 보낼 수도 있을 화력이 됩니다.
나만 멀리 다녀 오나 했더니 더한 분들도 많네요.
사연을 보니 그 열악한 인도에서 1박 2일로 투표하러 가시는 분도 있을 정돕니다.
저번 대선 때 미국인가에서 수 천 km를 운전해 당시 문 후보를 찍었던 분의 사연이 있었죠.
그때 결과가 안 좋아 괜히 그 분에게 내가 다 미안했었는데, 이제는 내가 그 처지가 되었습니다.
여러분, 총알 한 방을 날리기 위해 이렇게 힘든 일정을 소화하는 사람이 많으니 한국에 계시는 분들 꼭 투표에 참여하시기 바랍니다.
정치에 무관심하면 저급한 자들의 지배를 받는다고 하죠.
그러고 보니 우리들은 이미 경험을 했네요.
방콕에 나를 오가게 해 주는 항공사는 '타이라이언에어'입니다.
원 인도네시아 소속인데 아세안이 공통 경제 체제로 묶이고 폭 넓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치앙라이에서 푸껫을 다니는 비엣젯은 베트남 소속 여행사죠.
아세안처럼 우리도 중국 일본 북한을 묶어 한 울타리로 하여 우리의 활동 영역을 넓혀야 합니다.
나라 크기는 작지만 경제력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작은 나라가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 일본 미국이 노는 장기판의 졸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장기가 시작할 때 처음 옆으로 밀어 놓고 관심도 없는 그 졸처럼 말이죠.
이제 새 정부가 탄생하면 균형있는 외교로 동아시아의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
얼른 대통령 선거가 끝나 멋있는 외교부 장관이 탄생하여 대통령과 함께 존재감 있는 우리나라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가는데 그만 찍고 싶은 사람이 바뀌었습니다.
될 사람이 압승을 거둬 힘 있게 정책을 펴 나가게 해 주는 게 좋은 것 같은.
아, 쉽지 않습니다.
정시에 방콕을 향해 출발한 비행기는 정시에 방콕 돈무앙 공항에 도착합니다.
우선 돈무앙에서 메트로 짜뚜짝까지는 공항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합니다.
미리 알아 놓은 정보에 의하면 5번 출구에서 A2 버스를 타고 가면 된다고 했는데 그게 아니네요.
습관적으로 끝쪽으로 이동하는데 중간 12번 출구 밖에 버스가 보입니다.
뭐지?
아무튼 짜뚜짝 가는 걸 확인하고 탔습니다.
나중에 돌아 올 때 보니 돈무앙 공항이 국내선을 증축했나 봅니다.
국제선쪽은 허름한 걸 보니 옛날 건물이고 국내선으로 사용되는 터미널 2는 아주 좋습니다.
이제 대사관을 찾아 가야 합니다.
우선 버스로 짜뚜짝까지는 갑니다.
30밧이고 거기서 바로 앞에 있는 메트로 짜투짝 역으로 이동해 메트로로 타이랜드 컬츄럴 센터(태국 문화 센터)까지 갑니다.
방콕에서BTS는 지상철이고 메트로는 지하철입니다.
메트로는 시스템이 우리나라와 비슷해서 혼동될 게 없습니다.
매표기에서 목표 지점을 먼저 누르고 해당 금액을 넣으면 검정색 플라스틱 코인 같은 걸 뱉습니다.
그걸로 확인하며 이동하면 됩니다.
표 자동판매기는 동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자꾸 뱉어 내는 게 있어 좀 성가시기도 하더군요.
태국 문화 센터에서 한국대사관까지는 그렇게 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날이 몹씨 뜨거워 쉽지는 않았습니다.
구글 지도를 보며 대사관에 도착합니다.
안내판이 앞에 서 있어 그대로 이동하면 안내인들이 곳곳에서 안내를 해 줍니다.
대사관 강당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총알을 한 방 날립니다.
결국 이번에도 될 사람 밀어주기.
그리고는 끝.
좀 허망합니다.
하지만 안하고 허전할 것보다는 훨씬 낫겠죠.
돌아 오는 것은 역순입니다.
집에 돌아 오니 저녁 8시가 다 된 시각입니다.
오늘은 기승전 투표였네요.
방콕에 간 김에 계획해 둔 미션이 있었는데 그걸 잘 수행합니다.
그 미션은 무엇이었는지는 내일로...
한 건 별로 없는 날인데 무지 피곤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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