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치앙라이 정착 2017

[방콕] 꿩 씨푸드(Kuang Sea Food) 레스토랑

정안군 2017. 4. 27. 11:22

 

 

 

 

모처럼 방콕에 왔으니 특별한 미션을 하나 수행하기로 합니다.

한국 대사관이 있는 곳은 방콕의 훼이쾅(Huai Khwang)구인데, 대사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쾅 씨푸드라고 해물 요리가 맛있기로 유명한 식당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태국 제일의 맛이라고 내가 인정하고 보증하는 '뿌팟뽕커리'를 먹어 보기로.

 

씨푸드 즉, 해물요리는 쏨분 씨푸드가 유명하긴 한데, 거기는 너무 유명세를 탄다고 하고 또 오늘 목적지에서 가까운 곳이 쾅 씨푸드이니 오늘은 쾅으로 합니다.

 

보람있는 일을 하긴 했지만 조금은 허전한 마음을 품고 한국대사관을 나와 쾅 씨푸드를 찾아 갑니다.

그렇게 멀지는 않은데 역시 태양의 강도가 치앙라이와는 다르네요.

살이 타는 듯 합니다.

짜장면을 한다는 원이라는 한국 식당 옆에 쾅 씨푸드가 있었습니다.

투표하는 걸로 오늘 분량 애국은 했으니 오늘은 한국인이 하는 짜장면 사랑은 접습니다.

 

동네 이름 훼이쾅에서 쾅을 따 쾅 씨푸드인가 했더니 글짜가 다르네요.

쾅 씨푸드가 아니라 꿩 정도 발음 되는 꿩 씨푸드입니다.

한자로는 빛 '광'

역시 아시아권에서 광이 최고죠.

고스톱의 5광.

물론 뒤늦게 껍대기가 대접을 받게 규칙이 바뀌어 오광 대접이 많이 소홀해집니다만.

 

한 건물에 들어 갔더니 안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바글바글하더군요.

나는 혼자라고 했더니 왼쪽 건물로 가라 합니다.

거기가 소수 인원이 왔을 때 먹는 곳입디다.

 

메뉴를 가져 오는데 볼 것도 없이 뿌팟뽕커리가 어디 있냐고 묻습니다.

몇 장을 넘겨 펴주는데 소 짜리가 450밧.

가격이 얼마든 그거 먹으러 왔으니 콜.

그거 하고 밥, 맨밥을 시킵니다.

분명히 '카우 빠우' 맨밥을 시켰는데 잠시 후 조금 튀기면 세숫대야만한 그릇에 볶음밥을 가져 오더군요.

이거 뭐여?

나 뿌팟뽕커리 시켰거든.

그건 잠시 후 나온답니다.

그럼 이게 맨밥?

나 이거 시킨 게 아니라고 하니 괜찮답니다.

그리고는 도로 가져 가네요.

사실 볶음밥이야 얼마 하겠어요.

하지만 그걸 다 먹으면 뿌팟뽕커리를 어찌 먹겠나요?

 

잠시 후 맨밥 한 공기를 가져 오고 드...디...어...

뿌팟뽕커리가 등장합니다.

야, 너 본지 오래다. ㅎ

 

게 한마리가 고대로 들어간 듯 보입니다.

집게 두 개, 게딱지, 다리가 여러개 달린 거 두 개.

흐...

 

잠깐 여기서 뿌팟뽕커리를 잠시 소개하지요.

뿌는 게를 말합니다.

영어로 Crab, 태국어로 뿌.

팟은 볶음.

뽕커리는 카레를 말합니다.

이걸 합하면 카레를 베이스로 한 게 볶음이 바로 뿌팟뽕커리입니다.

태국 요리에서 베스트 오브 베스트.

이걸 먹어 보지 못한 사람은 태국 요리를 논하지 마시길.

이런 말도 있습니다.

뿌팟뽕커리를 한 번도 못 먹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

한 번 먹어 보면 꼭 다시 찾게 되는 맛입니다.

 

단단한 게 껍대기는 미리 바숴 놓아 먹기 힘들지 않게 해 놓았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뿌팟뽕커리를 먹습니다.

한 점을 먹어 보니.

오...

역시 이 맛이여.

끄라비에서 먹었던 뿌팟뽕커리나 치앙마이 란나 골프장 구내 식당에서 먹었던 꿍팟뽕커리(꿍은 새우, 그러니까 게 대신 새우를 넣어 요리한 것)도 맛 있긴 했지만, 역시 뿌팟뽕커리의 본고장 방콕에서 먹는 맛에는 비길 게 못 됩니다.

뿌팟뽕커리는 사실 태국 요리라기 보다는 중국 요리에 더 가깝습니다.

쏨분 씨푸드나 꿩 씨푸드나 모두 중국계 태국인이 운영하는 중국 레스토랑인데, 현지 태국의 맛을 가미하여 이런 기막힌 맛을 만들어낸 것이죠.

 

뿌팟뽕커리는 맨밥을 하나 시켜 그 밥을 안에 넣어 살살 비벼 먹으면 훨씬 맛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게딱지 안에 밥을 넣어 먹는 것과 같은 이치이지만, 뿌팟뽕커리는 게살을 카레와 볶은 것이라서 게딱지 안이 아니라도 맛있죠.

 

소는 한 사람이 먹으면 딱 배부를 그럴 양이었습니다.

잠시 후 그릇까지 먹고 싶을 정도로 아쉬움이 남게 식사를 끝납니다.

언제 또 이걸 먹어 보누.

 

비린내 나는 손을 깨끗히 닦고 계산을 시키니 465밧.

세금이나 서비스 차지도 없네요.

맛있게 먹었으니 팁 20밧.

이렇게 특별 미션을 끝냅니다.

 

치앙라이가 다 좋은데 이런 맛있는 해물 요리가 없는 게 제일 아쉽습니다.

가끔씩 방콕에 와서 한 번씩 먹고 가?

흐...

그럴 일은 없겠죠.

 

배부르게 먹고 나니 걸리는 사람들 얼굴이 떠 오릅니다.

아내도 좋아하고 우리 아들 딸, 참 딸은 아니고 며느리도 좋아하고.

우리 식구들 모두들 참 좋아 하는데.

 

언제 같이 와서 먹으면 좋겠습니다.

맛은 최고였지만 교수 식당에서 보름 먹을 돈을 한 방에 날렸습니다.

대충 500밧이면 얼마지?

 

1밧에 35원 정도이니 17,500원.

우리나라 생각하면 참 싸죠?

 

작년인가 한국에 갔을 때 어떤 분이 게 요리 전문점에 가서 게 모듬 요리를 사 주셨는데 참 맛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가격이 억 소리 나게 비싸더군요.

 

그래서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한국에서 게 요리를 사 주시지 마시고 방콕에서 뿌팟뽕커리를 사주세요.

치앙라이 오시기 전 방콕에서 하루 머무시면 됩니다.

내가 방콕까지는 모시러 가는 걸로 하고요. ㅎ

 

그나저나 이 맛 있는 뿌팟뽕커리는 언제 다시 먹어 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