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차팟 대학교 도서관 건너에 지어진 태국 전통 스타일의 건물.
그 건물이 뭘까 쬐끔 궁금했었는데 벽에 건물명이 붙으면서 그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태국어로 หอปรัชญารัชกาลที่ 9
หอ hall
ปรัชญา 철학
รัชกาล 재위, 통치
우리말로 번역하면 라마 9세 철학관이었습니다.
영어로 King Rama 9th Philosophy Hall.
영어로 표기할 때는 라마라는 명칭을 쓰지만 태국어로는 그냥 왕(랏)이라 하는군요.
9번 째 왕이라는 식으로.
안은 아직 공개를 안 해 뭐가 들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마도 다목적 홀인 듯 합니다.
박물관은 일단 아니네요.
태국 왕이 평소에 가지고 있었던 철학이 무엇이었는지 타국인인 나로써는 알 수 없겠지요.
허나 우리나라 박정희 신화에 비해 더 하면 더 했지 못 하지 않았던 왕에 대한 우상화는 무슨 말을 하든 신빙성은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태국은 아직도 살아 있는 계급제를 근간으로 하는 사회라서 권위주의가 대단합니다.
공무원은 우리나라처럼 공복 개념이 아니라 왕의 신하로 공무원에게 까불면 정말 클납니다.
심지어 학교에서도 학생이 선생님보다 더 높아서는 안 된다고 해, 학생들은 선생님이 앉아 있을 때는 무릎을 구부려 선생님 높이보다 자신을 낮춥니다.
내가 처음 대학교 도서관에 드나들 때 여학생들이 무릎을 살짝 굽히고 목례하며 지나가곤 했는데 그게 나이든 사람들의 권위를 인정하는 행위라는 건 한참 뒤에 알았습니다.
내가 이 학교 교수라고 생각해서가 아닌 나이든 사람들의 권위에 대한 예였죠.
내가 도서관에서 신문을 보러 둥근 탁자로 가면 그 자리에 다리를 꼬고 미리 앉아 있던 학생들은 반드시 꼰 다리를 풉니다.
좋은 의미로는 나이든 사람에 대한 예의겠고, 다른 의미로 보면 사회가 상당히 경직되었다는 것이겠죠.
링컨이 말했다던가요?
노인 한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없어진 것과 마찬가지이다.
한 때 삶에 대한 노인의 경륜은 젊은이들에게 인생의 나침판이었죠.
그러나 지금은.
내 생각이니 오해는 마시고.
그냥 나이 든 사람은 꼰대.
우리 사회를 보면 정말 그렇습니다.
자신들 손으로 그네를 뽑아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으면 염치가 좀 있어야 하는데 그런게 없어요.
빨갱이를 뽑아 나라가 망하게 생겼다고 난리를 친다네요.
아니, 나라를 망치면 그네보다 더 망치는 사람이 있을까요?
어제 톡투유를 보았는데 깜짝 놀랄 말이 나왔습니다.
지하철 임신부 좌석에 앉아 있는 임신부 옷을 들추며 진짜로 임신한 거 맞냐고 물었던 노인네가 있었다더군요.
물론 아주 일부 극히 일부인 몰지각한 인간이라고는 생각합니다만, 무엇이 그를 그런 행동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게 만들었을까요.
후~~~~~
태국은 70세 이상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습니다.
이게 얼마나 훌륭한 제도인지 이번 대선을 통해 실감합니다.
너는 나중에 안 늙을줄 아냐구요?
그럼요, 늙죠.
해서 이번에 이런 결심을 합니다.
나중 다음 번 대선이나 총선에서 투표를 할 때 우리 아들에게 물어 보려고 합니다.
내가 누구 찍으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좋다면 그렇게 하고 아니라고 하면 그럼 누가 좋을까?
이렇게 물어 보려구요.
살다보면 아집이라는 게 갈수록 강해져 절대 자기만 옳고 남 말은 안 들으려고 한다잖아요.
나도 모르게 생기는 것들이죠.
그런 아집으로 최소한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사회를 이루는데 도움은 못 줄 망정 방해는 되지 말아야 하겠죠.
옛날에는 도서관 같았던 노인들의 삶의 지혜는 요즘처럼 정보가 넘치는 세상에서는 그냥 그렇고 그런 잔소리에 지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잔소리는 안 하는 게 상책.
인정할 건 인정해야죠.
무슨 철학을 가졌는지 알 수 없는 왕의 철학관은 겉은 뻔지름한데 속은 그저 텅텅 비었습니다.
왕이 대단한 철학이 있었다면 정식 절차로 선출된 수상을 쫒아내고 내 마음대로 수상이 된 군바리 대장을 인정해 주는 그런 일은 없었을 겝니다.
태국 이야기입니다.
라마 9세 철학관이라.
그저 이름이 아깝네요.
철학은 어인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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