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낮에 비가 신나게 쏟아지곤 날씨가 한결 부드러워졌습니다.
지난 이삼일 간, 낮이고 밤이고 무지 더웠거든요.
오늘부터는 고만 고만합니다.
밤 최저 온도가 24도만 되고 지내기 괞찮으니.
요즘 우기로 접어들어 그럴 일이 없어졌지만, 몇 년전까지만 해도 건기 때는 여기저기 산에 불을 놓아 그 매쾌한 연기가 굉장히 심했습니다.
공기가 악화되어 사회 문제로까지 되니 정부에서 엄하게 단속을 해서 건기 때도 산이나 들에 불 놓는 행위가 많이 줄어 들었죠.
많이 줄어 들기는 했지만 아주 없어진 것은 아니고 가끔 소속이 없는 야산에 불을 놓고 없어지는 일이 종종 있더라구요.
물론 누군지도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왜냐구요?
산불이라고 해 봐야 그러다 맙니다.
태국에 살면서 신기한 것이 산불입니다.
치앙라이는 산이 많고 건기 때는 산이 굉장히 메말라 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 봄 건기 때 같은데.
그런데 태국은 우리나라와 사정이 많이 다릅니다.
한 예가 티크 나무입니다.
티크 나무는 건기가 되면 커다란 잎을 떨궈 땅은 온통 마른 잎 천지가 됩니다.
언뜻 보면 이 티크 나뭇잎, 너무 잘 말라 있어 불만 갔다 대면 확 불이 붙을 것 같은데 사실은 잘 타지 않습니다.
다른 나무도 마찬가지.
그래서 산불이 나도 바닥의 대나무 잎사귀 정도만 살짝 타고는 저절로 꺼질 때가 되면 저절로 꺼지더군요.
농부들이 건기에 불을 지르는 것은 대개 옥수수 수수깡입니다.
이게 불을 지르지 않으면 처리가 곤란하긴 하겠더군요.
처음에 치앙라이에 왔을 때 주변 야산에는 모두 옥수수밭이어서 그 태우는 연기가 요란했었습니다.
단속이 강화된 이유인지 아님 소득이 별로라서 그런지 요즘은 옥수수밭은 거의 없어지고 그 자리에 파인애플이 심겨 있습니다.
요즘 연기가 줄어든 것도 그 이유도 한 몫을 하는 듯.
엊그제 자전차 나들이에 나섰는데, 산길 옆에 불이 났더군요.
우기라서 그런지 화력도 약하고 불이 잘 번지지도 않습니다.
그저 연기 조금하고 불 타는 소리만...
민가가 드문 곳이기도 하지만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디다.
여기도 그러다 말겠죠.
조금 더 가면 한참 건기 때 산불이 났던 곳이 있습니다.
한 일주일 정도는 탄 것 같은데, 절정기 때 소방사 아찌 서너명이 간단하게 진화 작업에 나서는 정도로 그쳤습니다.
꽤 산불 규모가 컸는데 그 정도로도 충분했었나 봅니다.
하지만 거기도 그러다 말았습니다.
며칠은 그래도 불 탄 흔적이 보이던데, 요즘은 잘 보지 않으면 산불 흔적도 찾기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강원도는 봄철 산불이 나면 그 피해가 엄청나는 것에 비하면, 이 동네 산불은 애교 수준도 못 되는 곳 같습니다.
확실히 땅이 다르고 사람이 다르면 여러가지가 달라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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