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정도 불볕 더위가 이어지더니 밤부터 비가 내리며 한결 시원해졌네요.
아직까지도 비는 추적추적 그치지 않고 조금씩 내립니다.
이런 날은 한결 차분해집니다.
이래서 비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가 봅니다.
출근하는 길.
전방에 이상한 물체가 움직이지 않고 있어 급히 차를 세웁니다.
잘 보니 게.
게 아줌마인지 게 아저씨인지는 모르겠고 암튼 심경에 이상이 온 게인 것은 확실한 듯.
길 중간쯤 자리를 잡고 멈춰 있다는 것은 세상 살기가 싫어졌다는 뜻 아니겠어요?
제법 크기는 하지만 뿌팟뽕커리할 정도의 크기도 아니고, 또 한 마리 잡아간 듯 뭘 하겠나 싶어 요리 대상으로는 포기합니다.
그렇담 선택으로 남은 건 단 하나.
살려 드려야죠.
살며시 등쪽을 잡아 근처의 도랑으로 보내 주었습니다.
일단 물속에 들어가니 삶에 대한 의욕이 다시 생겼나요?
활달하게 움직여 사라집니다.
얘야, 세상 살이가 싶지 않아도 두 번도 아니고 주어진 단 한 번의 기회이니 살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어?
살다 보면 좋은 날이 올거야.
앞으로는 헛된 생각 하지말고.
혼자 게에게 이렇게 내 마음을 보냅니다.
혹시 훗날 흥부의 제비처럼 이 게도 보물이 잔뜩 담기는 호박씨를 하나 물어다 주지 않을까 기대하면서리.
공짜를 너무 좋아해서 요즘 머리가 벗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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