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날이 궂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날이 좋습니다.
해가 바짝 나왔다는 것은 보통 한 낮 온도가 30도쯤 올라갈 거란 말과 동일어입니다.
그래도 습도가 많이 낮아져 후텁지근함은 확실히 덜해졌네요.
이건 내가 치앙라이 생활 중 제일 좋아하는 11월이 가까워 온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은 10월이 상달이지만, 여기는 11월이 상달입니다.
비도 안 오고, 긴 우기 끝이라 대기도 맑고 깨끗하고.
또 습도가 낮아 뽀도독하는 느낌이 듭니다.
요즘도 이제 밤은 창문을 열고 자면 좀 춥습니다.
어느 분에게서 텐트 치고 야영하면서 태국 북부를 자전거로 여행하고 싶다고 하는 말을 듣습니다.
더위나 모기 이런 것 때문에 힘들지 않냐고 하더군요.
태국 북부 지방의 건기는 실제 야영의 계절이긴 합니다.
많은 태국 사람들이 차에 야영 장비를 가지고 다니면서 북부 이곳 저곳에 산재한 국립 공원 야영장에서 야영을 합니다.
그리고 야영장에는 어지간한 장비와 식사까지도 해결이 되기 때문에 크게 준비하지 않아도 됩니다.
나도 가끔은 그걸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가장 문제는 더위나 모기가 아니라 추위입니다.
나는 추위에 약해 겁나서 감히 도전을 못하지요.
태국에 추위가 있냐굽쇼?
태국도 지역으로 나누면 크게 열대우림지역과 아열대지방으로 나뉩니다.
태국 북부는 계절이 있는 아열대지방으로 겨울이 있죠.
물론 겨울이라고 해도 한국의 그런 혹독한 추위는 물론 아니지만 여기는 난방이 부실해서 체감온도는 무지 춥습니다.
오리털 파카로 무장하고 다니는 사람도 흔히 볼 수 있답니다.
이 동네 추위를 만만히 생각하면 큰 코 다칠 수가 있어요.
건기 때 야영하는 것은 시기적으로는 매우 좋습니다.
비가 안 오니 대부분 비포장 도로인 산길을 통해 산 정상 근처 야영장까지 갈 수가 있으니.
우기 때는 절대 못가는 길입니다.
그러나 그냥 가서는 안 되는 게 있습니다.
당연히 추위죠.
침낭이라든지 깔개 같은 것은 우리나라 동절기용이 필요합니다.
옷도 좀 두꺼운 것이 필요하구요.
그냥 대충 갔다가는 온유월에 개 떨 듯 한다는 표현을 실감하게 됩니다.
사정이 이러니 차량을 이용한 야영은 짐 무게에 상관 없으니 괜찮지만 짐에 민감한 자전거 여행은 좀 어렵죠.
그리고 람빵 아래로 가면 밤에도 그다지 춥지 않아서 그런 짐들은 무용지물이 됩니다.
여기 겨울인 건기 때 추위 대비가 필요한 주는 매홍쏜, 치앙마이, 치앙라이주 정도입니다.
물론 남쪽도 산 꼭대기는 다릅니다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태국 건기 때 자캠(자전거 캠프) 여행은 이래저래 어렵습니다.
그래서 여기는 도처에 싼 숙소들이 많으니 짐을 줄이고 그런 곳을 이용하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나도 한여름 동티벳에서 자전거 여행을 할 때 야영 장비를 가지고 가긴 했지만 한 번도 사용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때도 한여름이었어요.
일단 숙소도 싸고 밤이나 비가 오면 몸으로 느끼게 되는 추위로 노지에서 텐트치고 잔다는 게 엄두가 안 났죠.
그래도 하고 싶으면 하면 됩니다.
지금은 고생은 나중의 귀한 추억이 되니.
아무튼 오늘은 날씨가 참 좋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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