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개를 좋아하지만 뒷감당이 안 되어 키우기를 포기하고 사는데.
마침 아는 분이 한국에 다녀 오게 되었다고 일주일만 봐 달라는 부탁을 해 오셨습니다.
일주일이야 뭐..
그런데 이게 그게 아니더군요.
3대 지랄견 중 대장이라는 비글을 너무 쉽게 보았던 게죠.
하긴 처음에는 비글이 스누피 모델이라는 것만 알았지, 그 개가 어떤 종류인지는 아는 바가 없었어요.
어렸을 때 키웠던 믹스견 말고 집에서 키웠던 개가 말티스, 시추, 요크셔테리어와 푸들 같은 작고 친화적인 애들이라 비글도 그런 줄만 알았어요.
그런데 이 비글이.
에너자이저입니다.
백만 하나, 백만 둘 이런 것에 어울리는.
첫날은 그럭저럭 지났는데, 둘쨋날 밤은 거의 잠을 자지 못했어요.
아래 층 거실에 혼자 놓아 두었더니 무서워서 그런지 계속 낑낑.
결국 우리 방으로 데리고 왔는데 조금 지나니 다시 낑낑.
집이 없어 그런 가 해서 집을 가져다 주니 그제서야 조금 조용해지더군요.
그리고는 새벽녁에 다시 낑낑.
울타리 안을 보니 똥에 오줌에 난리도 아니었어요.
이거 계속 이러면 어쩌나 싶어 비글을 검색해 보니 지랄견이라고.
답은 넘쳐나는 에너지를 소비시키는 거.
그런데 태어난지 삼개월 되었다는 꼬마가 어디서 그런 힘이 쏟아 나는지.
한참을 놀아주다 잠시만 쉬면 짖고 난리가 납니다.
조금 혼내면 막 짖고 대들고.
할 수 없이 낮에는 적당한 곳에 두고 피난.
그리고는 오후에 산책시키고 집중 힘 빼기에 들어 갑니다.
이 친구가 뭐든 처음 보는 걸 좋아 하더군요.
요구르트 병, 물병 등이 대상이 됩니다.
집어서 한쪽으로 던지면 달려가 물어 뜯고, 조금 시들해지면 다른 걸 들어 던지고.
이렇게 한 시간 이상을 했더니 밤에 코를 골로 자는 기적의 역사가 일어 났어요.
할렐루야. ㅎ
하지만 집에서는 난리를 떨어도 산책할 때 멀리서 가끔 만나는 개만 보면 기가 팍 죽어요.
꼬리를 접고 절절 매는 게.
넘치던 힘은 다 어디로 갔는지.
아무튼 이러니 집안은 난장판이 되기 십상입니다.
걸리는 건 모두 물어 뜯어요.
씹고 뜯고 즐기고 맛보고.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던가요? ㅎ
그러는 중 내 실내화 하나가 작살 났어요.
그래서 마치 어린 애 키우는 집처럼 모든 게 다 위로 올라 갑니다.
걸리면 아작을 내 놓으니.
그런데 할 일이 없으면 또 난리를 떨고.
밖에서 놀게 해도 누가 곁에 있으면 잘 노는데, 혼자만 두면 바로 사람을 찾아 문을 긁어 댑니다.
얼마나 힘차게 긁는지, 문 부서질까 봐 바로 나와 놀아 주어야 되더군요.
이렇게 5일.
이제 오늘 제 집으로 돌아 갔습니다.
돌아가고 나니 시원섭섭한 마음이네요.
손자가 놀러 오면 반가운데, 가면 더 반갑다는 심정이 이해가 쬐끔 됩니다.
자내고 보니 처음에는 너무 난감했는데, 역시 해결책은 이해하려는 노력이네요.
얘가 왜 그럴까?
그걸 자꾸 알려고 노력하니 해결책이 생기더이다.
에피소드 하나.
우리 뒷집 영국 할아버지가 어제 저녁에 우리 집에 찾아 왔어요.
워낙 비글이가 짖은 일이 많아 그럴 꺼라고 짐작을 해서 미안하다고 했더니, 그건 뭐 문제가 아니고 자기가 개가 잘 적응하게 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니 자기에게 잠시 맡겨 보라 하더군요.
고맙지만 내가 잠시 맡은 개이고 내일은 지 집으로 돌아 간다고 말해 줍니다.
어지간하면 남의 집 일에 간섭을 하지 않는 서양인이 얼마나 요란했으면 그랬을까나 생각을 해 보니 참 대단한 날을 보냈다 생각이 듭니다.
하긴 쉴 새 없이 짖었어요.
뭔가 하는 일이 있거나 먹을 때만 조용하고.
봉걸레가 지 앞에서 넘어졌다고 짖고, 물병이 소파 밑으로 들어 갔다고 짖고.
다음에 일이 있으면 다시 맡길 수 있냐고 언뜻 물어 보던데.
대답은 이렇습니다.
물론입니다.
이제 나도 경험이 생겼거든요. ㅎ
참, 이 꼬마 이름은 승*라던데, 나는 그냥 비글이라고 불렀답니다.
비글이 안녕.
반가웠지만 징글 징글하기도 했단다. ㅎ
얼마나 요란했던지 아직도 짖던 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개가 풍기던 냄새가 코를 맴도는 지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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