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지난 일을 돌이켜 생각함.
영봉 추억
영봉과의 일을 돌이켜 생각함.
처음 영봉을 만났던 곳은 네팔 카트만두.
도착 이튿날 한국인이 많이 찾던 한 숙소에서 그를 처음 만났습니다.
만나고 한 두 마디 나누자 우리는 서로가 좋았습니다.
그의 안내로 일본인이 경영하는 식당과 네팔 현지인이 하는 식당을 다니며 서로에 대해 끌리기 시작하였어요.
그 때 나는 그가 스님인 것을 알지 못했고 그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하긴 그게 영봉이나 나에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죠.
그냥 처음부터 사람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아내와 동행인 함께 포카라로 떠났고 안나푸르나 라운딩을 마치고 다시 카트만두로 돌아 와 다시 만났습니다.
그 때 영봉은 몸이 아파 누워 있었습니다.
아무 것도 못 먹는다고 해서 아내가 호박죽을 쑤어 가져다 주었는데 그걸 먹고 회복되던 몸이 다시 도졌다는 말을 듣고는 얼마나 미안하고 안 되었던지.
괜찮아질 거라며 극구 병원에 가지 않으려는 그에게 심각한 듯 하니 병원에 꼭 가라고 하며 적은 돈을 던지다시피 하고는 그의 방에서 나온 것이 카트만두에서의 작별이었습니다.
그리고 영봉을 네팔이 아니 한국에 있는 그의 토굴 곰자리 절에서 다시 만납니다.
그곳에서 자기도 하고 또 놀러 가기도 하고 번민이 많던 후배를 맡기고 오기도 했어요.
참 좋았습니다.
앞이 막혀 시원한 감은 없었지만 시절의 변화를 전하던 앞산.
그리고 입구의 화장실도 운치있었고 부엌의 생수는 너무 좋았습니다.
그 때는 영봉이 스님이라는 것을 알고 있던지라 ‘스님, 이 곰자리 절 나 주세요’하면, ‘가지세요. 좋은 사람이 가지면 되지 임자가 따로 있나요 ‘ 하셨죠.
충주의 팬들을 만나러 오셨다가 한 식당에서 만난 것이 이 세상에서는 마지막 만남이었네요.
스님은 네팔에 주로 계시고 나도 퇴직을 해서 태국에 살고 해서 그냥 마음만 있었습니다.
어쩌나 인터넷으로 네팔 교민회장이 되셨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한국인 가운데 네팔을 가장 많이 사랑한 분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니 당연한 것이라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네팔에 다시 가 봐야 되겠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네팔은 한 번도 가 본적이 없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 본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
한 번이라도 가 보면 그 매력에 계속 가게 된다는 말이지요.
그런데 한 번만 가 본 사람이 바로 나입니다.
처음 갔을 때 너무 고생을 해서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영봉이 교민 회장으로 있는 네팔이 가고픈 곳이 되었습니다.
이제나 저제나 하다가 계속 미루어졌는데.
그만 영봉 스님의 입적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췌장암.
췌장암으로 힘들게 지내시다가 가셨다네요.
아마 네팔을 떠날 때 영봉이 앓던 증상이 이 췌장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사람은 보기 싫은데 계속 만나지게 되는 사람이 있는 가 하면, 어떤 사람은 마음에 담고 있는데 만나기 어려운 사람이 있습니다.
못 본지 한참인데 영봉은 늘 내 마음 속에 있었습니다.
그는 보고 싶고 만나고 싶지만 만나기 어려운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언제든 다시 만나면 할 이야기가 산더미 같이 쌓여 있을 그런 사람이었는데.
이제 그 영봉이 이 세상에 없네요.
육신의 고통을 벗은 그는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나.
아마 그가 좋아 했던 히말리아 상공을 힘차게 나르는 독수리로 환생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현세에서 성불하면 부처가 된다고 하지만 영봉에게는 성불보다도 그게 더 잘 어울릴 듯 합니다.
언젠가 네팔에 가게 되면 그 푸른 하늘을 꼭 올려다 보렵니다.
독수리로 환생한 영봉이 나를 반기지 않을까나.
스님보다는 벗으로 친구로 생각했으니 영봉에게 이렇게 한 마디 인사로 작별을 고하고자 합니다.
친구, 잘 가시게.
그리고 언젠가 네팔에서 다시 만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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