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을 사러 한 방앗간에 왔습니다.
우리가 먹는 자포니카 쌀은 마크로에서도 팔긴 하지만 방앗간에서 직접 사는 게 많이 싸죠.
좀 멀긴 하지만 날마다 가는 건 아니니 바람 쐰다 생각하면 가끔은 가줄만합니다.
쌀이 준비되는 걸 기다리다 방아를 한참 찟고 있는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흑미가 나오고 있네요.
옆에 왕겨가 있는 것을 보니 어릴적 추억어린 방앗간이 생각났습니다.
우리 외가는 방앗간을 경영했습니다.
육이오 폭격 때 외삼촌이 돌아 가셔서 외로워진 외숙모에게 외할머니는 곡간 열쇠를 넘겨 주셨습니다.
그래서 경제 권력이 외숙모로 넘어 가는 바람에 할머니는 눈치를 보며 쌀을 딸인 우리 어머니에게 주셔야 했구요.
눈치를 보았던 안 보았던 쌀을 집까지 지전거로 날라야 했던 나에게는 꽤 힘든 일이 떨어졌습니다.
한 말은 괜찮았는데 두 말은 많이 버거워 넘어지기라도 하면 다시 세울 수가 없었습니다.
막연하게 서 있으면 지나가던 아저씨가 도와 주시기도 했네요.
그게 초딩 4학년 때.
나르는 것은 힘들어도 방앗간은 참 흥미있는 곳이었습니다.
기계 속에는 흰쌀이 가득 남아 있어 꺼내 먹는 재미도 있었고 공중에 달려 돌아가던 먼지가 잔뜩 낀 큰 쇠바퀴는 경이롭기까지 했어요.
내일이 설입니다.
어릴 적 설은 늘 큰댁에서 보냈습니다.
큰 집은 제재소.
이곳도 재미있는 곳이었네요.
이제 이곳은 남 나라.
설은 중국 새해로도 기억되는 곳이라 조금 기분은 느낄 수는 있지만 그다지 감흥이 없습니다.
방앗간을 보니 옛 생각이 나며 그저 많은 시간이 지났음을 느낄 뿐입니다.
요즘 많은 일이 겹쳐 벌어집니다.
허나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일로 걱정하는 건 정말 쓸데없는 걱정.
항상 잘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살아 갑니다.
그려, 잘 될겨.
걱정하지 마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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