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19 여행

[충주] 사랑했던 나무야

정안군 2019. 5. 24. 10:42

 

 

 

내가 좋아한 나무가 있었다.

과거형이니 지금은 없다.

 

충주 안심 마을에서 계명산 꼬리 능선을 따라 걷는 길은 시골 맛이 나서 내가 참 좋아한다.

복숭아 꽃, 사과꽃이 피는 봄과 사과가 빨갛게 익은 가을은 특히 좋다.

지금은 아래쪽에 논이 있던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서서 거리가 반으로 줄어 많이 아쉽다.

 

그 중간 쯤 큰 나무가 있었다.

벚나무 같기도 하고 아닌 것도 같은.

 

그런데 오래 전 능선 길 중간쯤을 가로지르는 대로가 나는 바람에 이 나무는 대로변 조금 높은 언덕 위에 자리를 하게 되었다.

꽃이 없는 나무는 그다지 볼품도 없어서 관심있게 봐주는 사람은 없었을게다.

 

언젠가 꽃이 만개한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사실 너무 덩치에 비하면 꽃의 색깔이 그다지 화려하지 않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채기 힘들다.

하지만 꽃이 피어 있는 기간은 불과 삼사일.

그 짧은 시간에 그 나무는 최고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얼른 사진기를 가져 와서 사진에 담아 현상을 해서 우리 집 거실에 걸어 두었다.

그게 벌써 10년도 넘은 그러니까 핸드폰 카메라 성능이 그다지 좋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며칠 전 그 근처를 지나가다 꽃이 핀 그 나무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사진에 담아 두었다.

몇 년만이야.

 

그리고 얼마 후 다시 그 근처를 지나가다 보니 그 나무는 베어져 흔적 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나무가 있는 작은 언덕에서 그냥 언덕으로 바뀐.

 

누군가의 밭 한쪽에 자리하고 있었고 그 주변도 정리가 되지 않아 나무가 쓸모 있어 보이지 않아 보이긴 했는데 어느 날 그렇게 갑자기 잘릴 줄은 몰랐다.

허무.

그리고 어쩜 그렇게 오랜 것에 대해 이토록 소홀할까 하는 아쉬움.

 

이번 봄, 화려한 꽃을 내게 선사하고 영원으로 사라졌다.

역시 영원한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