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20 살이

[충주] 남산에서 만난 거시기

정안군 2020. 7. 16. 09:59



내 고향 말에 거시기라는 게 있다.
본래 거시기는 전라도 사투리로 알려져 있지만 내 고향이 전라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보니 말이 전라도 영향을 많이 받았고 그러다 보니 말이 전북 북부 쪽 말과 거의 같아 한 묶음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우리 어머니도 뭔가가 잘 생각 안 나면 거시기로 퉁치곤 하셨다.
히긴 영화 '황산벌'에서 거시기가 나오니 거시기가 그냥 그 당시 백제 서울이던 충남 부여 지방 사투리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만.
아무튼.
나이가 먹고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요즘 나도 이 거시기가 그립다.
하지만 충주에서는 이 거시기가 외계어와 동종이라 사용할 수 없으니 그저 아쉬움으로만 생각해야 한다.
이 거시기를 쓸 기회가 생겼다.
잎으로 보면 다래 같은데 꽃은 다래와 전혀 다른 친구를 만났기 때문이다.
이럴때 거시기 찬스를 써야한다.
거시기 나무.
무림의 고수분이 이름을 알려 주거나 내가 우연찮게 찾기 전에는 너는 그냥 거시기 나무다.
꽃이 연한 주홍으로 참 곱다.
하지만 잘 보면 전체가 꽃이 아니고 꽃받침이 꽃잎처럼 모양을 바꾼 '포'이다.
벌이나 나비가 잘 오도록 만든 꽃의 지혜인.
아무리 노오력을 해 봐도 알 수 없어서 거시기로 했다만 네 이름이 뭐니?
그냥 거시기는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