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20 살이

[충주] 장마가 몰고 온 계곡 풍경

정안군 2020. 7. 14. 10:47

 

 

장맛비가 잠시 주춤한 틈을 노려 계명산 샘터까지 산책에 나섰다.
비 끝이라 그런지 숲은 상큼하고 성가시게 굴던 날파리의 앵앵거림이 좀 덜하다.
그 놈들 참.
다 어디 갔어?
짧은 삶 속에서 많은 걸 해야 하니 바쁜 건 이해가 간다만 사람 코와 귀 근처에서 그렇게 요란 떠는 이유는 뭐냐?
완만한 경사를 오르면 돌탑이 나온다.
누군가 정성스럽게 쌓아 놓은 돌탑이 작은 것, 큰 것 해서 제법 많다.
살짝 마이산 탑사 분위기도 난다.
옛날 귀신 영화에 단골 장면으로 많이 나와서 그런지 고양이 한 마리가 나와 야옹하던 그 장면이 생각난다.
탑사와 고양이라.
아무튼 그 근처부터는 경사가 심해지는데 거기서 일단 능선에 붙는다.
그런데 오른쪽 골짜기에서 전에는 들리지 않던 바위 구르는 듯한 소리가 났다.
뭔 소리지?
나무들 틈으로 내려다 보이는 아래 계곡이 물 천지였다.
세차게 흐르는 물소리였다.
이런 경우를 보는 건 처음이다.
계명산에 이런 요란한 광경이 있다니.
대개는 그냥 마른 골짜기 상태였다.
어제부터 내린 비가 마른 골짜기를 풍성하게 만들어 놓은 것.
샘터에 오르니 더욱 장관이었다.
이토록 콸콸 박력있게 흐르는 모습이라니.
샘터에 미리 와 있던 한 아주머니도 이런 모습은 처음이란다.
물 흐르는 소리가 이렇게 예쁘구나.
하루만에 바뀐 계곡이라니.
역시 자연은 어느 때나 아름답다.
비가 오면 온 대로 맑으면 맑은 대로.
그 성가신 날파리만 빼고.
넌 아냐, 이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