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존경하는 석가모니 부처님 생일이다.
하지만 늘 존경하는 마음으로 사는 건 아니고 딱 하루 초파일만 기억하며 그렇게 존경하는 마음으로 살려고 한다.
아시다시피 초파일은 모든 절들에게 대목이자 명절이다.
불자도 아니면서 괜히 바쁜 절에 갈 일은 아니지만 오늘 아니면 갈 수 없는 절이 있다.
그곳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문경 봉암사라는 절이다.
모르는 사람이 12.56%쯤 더 많을지도 모르지만.
봉암사에서는 나를 알지 못하겠지만 나는 봉암사 명예 신자라고 혼자만 그렇게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면 절 보다는 절 뒤의 희양산을 더 좋아하지만 봉암사에 가야 산이 잘 보이니 봉암사 신자라고 자부하는 것이다.
오늘로 이제까지 네 번 갔던가?
언젠가 겨울에 희양산에 갔다가 엉겁결에 봉암사에 들어간 것이 처음인데 그 때는 등산객들이 난리를 떨기 전이라 마당을 쓸고 계시던 스님께 조용히 나가달라고 부탁을 받았다.
아무 것도 모를 때였고 나중에 봉암사 사정을 알게 되어 그 다음에는 초파일에 아내를 데리고 찾아 갔는데 오전에 갔다가 절 입구 삼거리에서 엄청난 인파에 절까지 걸어서 갔다 오는 일이 있었다.
오전에 가면 안 되겠다 싶어 오늘까지 그 다음 두 번은
오후에 갔다.
오후 행 첫 번째는 제법 많은 사람을 모시고 갔는데 걸으면 어쩌나 했지만 셔틀이 운행하여 나름 체계가 잡혀 그 덕을 보았고 오늘은 더 발전하여 절 입구에 주차장이 여러 개 생겨 비교적 원활하게 정리가 되고 있었다.
물론 그냥 정리가 되는 건 아니고 수 많은 경찰관과 봉사자들의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뭔가 잘 되면 이렇게 뒤에서 힘쓰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오늘은 코로나 때문에 좀 한가할까 했는데 그렇지는 않았고 꽤 많은 사람들이 찾아 왔다.
절 구경 이바구는 생략할란다.
다만 내 사랑 희양산은 그 자리에서 여전하시더라.
그리고 딱 하루를 개방하여 나와 같은 명예 신자에게도 풍성한 자연을 만끽하게 해 주는 봉암사 스님들께 감사를 드린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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