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계속 부슬부슬 내리는 중에 버스는 달립니다.
버스는 중국제.
자리 간격도 좁고 그다지 좋지 못하네요.
부분 지체되는 곳이 있었지만 순조롭게 달립니다.
일제 승용차보다는 유럽 제품이 많고 현대 승용차도 많이 보입니다.
기아도 보이고 현대도 보이고.
다 온 분위기라서 맵스에서 확인을 해 보니 악사라이 근처였습니다.
비는 많이 내리지 않아 우산 쓴 사람은 보이지 않은 정도이었지만 날씨가 꽤 찹니다.
차 안 온도계로는 영상 7도.
맡긴 짐을 받으려다 아차 싶었던 것이 내 가방을 차 안에 놓고 내렸어요.
아이고 클 날 뻔했어요.
허겁지겁 다시 올라가서 가방을 가지고 내리는데 순간 아찔했네요.
공항버스고 해서 찾을 수는 있었겠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지라.
하느님 감사합니다.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첫날, 낯선 곳에 도착을 했을 때.
술탄 아흐메드 지역으로 이동하려면 잠시 걸어 유스프 파사 트램 역으로 이동을 해야 하는데 버스에서 내린 사람이 거의 다 그쪽으로 가니 헤멜 일은 업어요.
그리고 내 손에 막강 맵스가 있으니.
유스프는 성경에서는 요셉입니다.
울퉁불퉁 거리는 골목길이라서 가방을 끌고 걷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그다지 멀지 않아서 별 문제는 없었는데 비가 그치질 않고 조금씩 찔찔.
카르트를 사야 하는 미션이 있으니 일단 트램역 근처 만만한 식당을 찾아봅니다.
밥을 먹으면서 여유를 찾으려고요.
미리 봐 둔 시리아 식당은 아직이고요, 다른 닭요리 식당은 그 이상은 향료 냄새가.
둘 다 패스하고 만만한 체인점으로.
피자도 있고 피데도 있고 샌드위치도 있는 그런 식당입니다.
내가 돈을 쥐고 있는 사람이니 주문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대충 피데 하나랑 샌드위치 그리고 샐러드를 주문해 두고 나는 카르트 해결을 위해 그 기계가 있는 곳으로.
줄을 서 있더군요.
내 순서를 기다리다가 내 다음 사람에게 좀 사달라고 하니 뭔 황당한 소리를.
여기는 없고 다음 트램역이 200m 가면 되는데 거기는 있을 거야.
터키에서는 한 사람에게만 물어보면 안 된다 하여 다음 사람들에게도 부탁을 해보니 모두 안 된답니다.
모른다는 것인디.
그런데 처음 물어본 사람이 자기는 일본어를 할 줄 아는데 너 일본 사람이냐고.
이게 지옥에서 부처를 만난 격입니다.
일본어로 좀 물어보니 자기가 전에 말한 내용을 반복해 줍니다.
걱정하지 말고 앞에 있는 역에 가서 사.
그려.
일단 식당으로 돌아와서 음식을 먹으며 식당 주인에게 말해보는데 문제없을 거랍니다.
내가 갔던 기계에서도 살 수 있을 거라고.
마음이 급해져 대충 먹어 치우는데 종업원들이 성질이 급한 것인지 이 동네 문화인지 다 먹지도 않았는데 그릇을 치워도 되냐고.
누가 그릇을 훔쳐가나.
아무튼 다시 기계 앞으로 가니 청소부 아저씨가 옆에 서있었어요.
내 순서가 되어 그 아저씨에게 부탁을 하니.
친구 걱정하지 마.
내가 사줄게.
아주 쿨하게 말하더니 정말 사주더이다.
그 아저씨가 사는 걸 보니 몇 개를 누르면 되던데 그건 여기 사는 사람 이야기이고 외국인에게는 정말 어려운 미션 같았어요.
아무튼 카르트 카드를 손에 넣으니 손오공이 여의주를 얻은 듯합니다.
여의주가 아니고 드래곤볼인가?
그 친구를 안아 주면서 친구 고마워하니 그 친구도 나를 안아주면서 반겨줍니다.
이런 귀인을.
아니 그런데 일본어 하던 그 친구는 뭐여?
트램을 타고 몇 역을 지나 술탄 아흐메드 역에서 내립니다.
멀리 아야 소피아와 블루모스크가 보입니다.
역사적 현장.
가슴이 뛰지만 미션이 마무리되지 않았으니 구경이나 기쁨은 다음에.
맵스를 켜고 예약한 호텔을 찾아갑니다.
몇 번 방향을 다시 확인하고는 여러 오래된 건물 사이를 지나 드디어 상가와 호텔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들어가니 거기서 호텔은 멀지 않았어요.
하지만 돌길에 경사가 있어 가방을 끌기에는 최악의 상황.
어쩌겠어요.
배낭여행자의 숙명인 것을.
호텔을 찾아 로비에 들어가니 좁은 공간이자만 따뜻한 히터 환경에 마음이 포근해집니다.
방에 가방을 놓고 잠시 휴식.
현지 시간 3시 30분.
우리나라로 하면 오후 9시 30분.
집에서 나온 지 무려 27시간 30분 만에 도착을 했습니다.
호텔 옥상에서 보이는 풍경입니다.
날이 흐려서 그렇지 맑을 때는 최고라는 곳.
이쪽은 유럽이고 멀리 바다 건너는 아시아 땅입니다.
두 대륙이 만나는 곳.
바로 이곳이 이스탄불.
두 문명이 만나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아야 소피아.
사연도 많고 주인도 많이 바뀌었던 비운의 건물입니다.
역사 공부하러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니 역사 강의는 다른 사람에게 넘깁니다.
시오노 나나미의 콘스탄티노플 함락(전쟁 3부작)인가요?
이런 책들이 관심 있는 분에게 추천할 책입니다.
건너편에 있는 블루 모스크.
이곳도 그냥 멀리서 구경만 일단 해 두는 걸로.
걷다 만난 시난 파샤 사원.
이곳 정원은 묘지가 많았어요.
공동묘지 같은 분위기였고 날씨가 우중충해서 더욱 을씨년스럽던.
1594년에 세워졌나 봅니다.
가만있자.
정복자 술탄 마흐메드 2세가 이곳을 자기 소유로 삼은 해가 몇 년이던가?
1453년군요.
한참 오스만제국이 강성한 시절이던 시절.
술탄 아흐메드 광장 근처에 별다방이 두 곳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빈자리는 쉽게 찾지 못할 정도로 호황 분위기.
이곳이 좋은 것이 주문에 신경을 안 써도 좋은 점입니다.
오랜 건물을 리모델링한 곳인데 바깥 구경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엔 좋은 곳이었습니다.
한국인 같은 젊은 부부가 있어 반가웠는데 일본인이더군요.
메로나를 겪으면서 한국인과 중국인들이 씨가 말라서 그런지 호객꾼 들은 나에게 일본인 취급을 하더이다.
이런 곳에서 만나는 일본인은 한국인과 구분하기 쉽지 않네요.
말을 걸어보니 이곳에 사는 사람이랍니다.
나보고 휴가 온 것이냐고 묻기에 나는 365일이 모두 휴일이니 특별히 휴가차 온 것은 아니라고.
아들을 위해 스벅 기념품을 사려 했더니 이곳 특징이 있는 것이 없네요.
그래서 이번은 패스.
그랜드 바자도 스쳐가듯 보고 제법 멀리 갔기에 돌아올 때는 트램으로.
술탄 아흐메드 방향은 한가한데 역 방향은 사람이 엄청 많습니다.
슬슬 이 동네 퇴근 시간인 가 봅니다.
피곤이 누적되어 엄청 힘들었지만 시차를 맞추려 최대한 버티다 8시쯤 잠자는 것으로.
이게 한국 시간으로는 밤 2시입니다.
잘 잤을까요?
그럴 리가요.
이곳 시간으로 새벽 2시 우리나라 시간으로는 아침 8에 눈이 떠져서 블로그에 올릴 글도 쓰면서 밤을 보냈습니다.
며칠 가겠네요.
시차 조정 기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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