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여행 2022

[이즈미르] 서머나를 품은 땅으로 가다

정안군 2022. 5. 21. 02:31

오늘은 이즈미르(Izmir)로 이동하는 날이다.
비행기 시간은 오후 4시 55분.

11시에 체크아웃을 하면 비행기 시간까지 너무 많이 남아 공항버스 승강장 근처의 대형 몰 Antakya Migros AVM, 별칭 5M Migros이라는 곳에서 여유를 부리려 했다.
그런데 큰 가방을 끌고 입장하려는 우리는 체크 단계에서 허락을 못 받았다.

경비가 하는 말이 가방이 너무 커서 안에 들여보낼 수가 없단다.
이거야 원.

할 수 없이 공항에 가서 죽치기로 하고 정시에 한 대씩 있는 공항버스 Havas를 타기로 한다.

버스 시간도 널널해 밖에서 잠시 대기한다.
Migros는 규모에 따라 Jet에서 M이 다섯 개까지 붙는 모양.
큰 길가라서 동과 정이 공존한다.
동은 정신없이 움직이는 도로의 차량들, 그리고 거기서 몇 발자국 이동하면 작은 쉼터가 있는데 여기는 정의 세계이다.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분주함이란 없다.

 

5M Nigros에서 출발하는 공항버스는 한 시간에 한 대꼴이다.

안탈리아에 오는 한국인은 거의 올드 타운 안에 숙소를 마련하기 때문에 여기서 버스를 탈 일은 거의 없겠지만 혹시 콘야알트 해변 쪽으로 갈 사람은 이곳을 이용해도 좋겠다.

시내버스는 마스크 타령을 그렇게 하더니 공항버스는 벗어난 모양이다.
안탈리아 시내버스는 아직 코로나의 세계였다.
마스크를 안 쓰면 버스 기사가 잡아먹을 듯이 이마에 핏발을 서가며 난리를 떨었다.
ES에서도 트램에서는 마스크를 전반적으로는 쓰는 분위기이긴 했지만 여기처럼 분위기가 험악하진 않았다.
외국인이고 뭐고 따질 것도 없는 걸 보니 흔한 외국인이라서 특별 대상도 아닌 듯.


공항버스는 우선 국제선 제2 터미널을 거쳐 국내선 그리고 국제선 제1 터미널로 오는데 제2 터미널은 생긴 것도 싸게 생긴 것이 LCCT인 듯.
싶게 말해 돈 안 되는 저가 항공사 전용이라는 말이다.
국제선 노선을 보니 독일 국내 공항인 듯싶었다.
독일 각 지역을 연결하는데 터키계가 많이 사는 베를린은 하루에 네 편이나 있단다.
비행시간도 두 시간 조금 넘으니 그 친구들 신나겠다.
싸겠다 올드 타운에는 독일어 하는 사람이 널렸겠다 우리 숙소도 우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독일인이었다.
그래도 독일 사람들이 대단한 것은 패키지로 올 때도 우리와는 다르다는 점.
우리는 꼭두새벽에 일어나 밤늦게까지 가이드를 따라다니지만 이들은 거의 자유 시간이었다.
미리 정보를 얻고 와서 갈 곳이나 할 것을 자기들이 그 시간에 결정한다.
그러니 패키지 요금이 우리에 비해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쌌다.
우리나라 패키지는 자유 시간 같은 것을 줄 수도 없고 주지도 않는다.
행선지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나 정보가 없기 때문에 설사 자유 시간이 주어진다 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 데도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전체가 그런 것은 아니고 숙소나 이동 수단만 제공하는 패키지도 있기는 하지만 그건 전문가 삘이 나는 사람들 이야기이고 대다수는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
노인네들이라 할 수 없다고?
독일도 패키지를 오는 사람은 대부분 노인들이지만 그들은 공부할 자세가 되어 있다는 것이 우리와는 다르다.

 

공항으로 오는 길목에는 온갖 자동차 매장이 즐비하다.

터키의 길거리 자동차는 종류도 참 다양했다.

제일 흔한 것이 피아트.

그리고 르노와 오펠.

그 외에도 세계 곳곳의 자동차가 다 있었다.

시트로엥, 다시아, 벤츠, BMW, 아우디, 볼보, 현대, 기아, 도요타, 혼다, 니싼, 미츠비씨, 마츠다, 푸조, 폭스바겐, 포드와 쉐보레.

루마니아에서 생산한다는 다시아를 빼면 그나마 알만한 것들인데 일제 비중이 상당히 낮은 점이 특이했다.

여기는 유럽차가 대세이다.

현대 승용차도 드문 경우가 아닌 것을 보면 나름 꽤 분발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다 보니 국내선 공항에 도착을 했다.

비행기 타기까지 한참을 대기해야 하기에 인터넷 사정을 알아보니.

치사한 인간들.

공짜로는 단 30분만 쓸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이런 카페를 이용하라는 말씀이시다.

이렇게 돈을 버셔야 하나요 터키 행정가분들?

공항 아니라 할까 봐 카페 물가는 우리나라 수준.

우리는 썬 익스프레스 항공이라는 듣보잡 항공사를 선택했는데 이 회사는 독일 루프트한자와 터키 항공이 합자한 회사란다.

타 보니 저가 항공 냄새가 풀풀 났다.

의자 간격은 좁고 물 한 잔도 안 주고.

하지만 안탈리아에서 이즈미르까지는 한 시간 10분밖에 걸리지 않고 값이 싸니 용서가 된다.

아무튼 이즈미르에 잘 도착을 했다.

 

이즈미르의 관문인 공항은 전 총리였던 아드난 멘데레스(Adnan Menderes)를 기려  아드난 멘데레스 공항이라고 한다.

아드난 멘데레스(Adnan Menderes)는 풍운의 정치인으로 1950년부터 1960년 사이에 이뤄진 민주적 선거를 통해 터키의 총리로 선출되었고 독립 훈장을 받았으며, 법률가이자 대토지를 소유한 사람이었다.

공화 민주당(CHP)와 민주당(DP)에서 정치를 하던 멘데레스가 5월 27일 일어난 쿠테타 이후 1961년 9월 17일 교수형으로 처형되었는데 그 쿠데타는 정치가 이슬람 사회로 돌아 가려는 기미가 보이면 군부가 일어나라는 아타튀르크의 유언에 의해 발생한 것이었다.

터키 국회에서 1990년에 제정된 법에 의해 멘데레스와 그와 같이 사형된 자들에게 무죄가 선언되었고 요즘 에르도안이 벌이고 있는 이슬람 사회로 귀환은 그것을 막으려는 군부의 쿠데다 실패로 이제는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가 되어 가고 있으니 멘데레스의 처형은 시대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즈미르 공항에서 시내로의 접근은 공항버스와 트램 이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되는데 우리는 공항버스가 좋을 것 같아 이를 이용했다.
그런데 배차 간격이 한 시간 정도 되는 듯.

배차 시간으로만 보면 트램이 훨씬 유리한 상황이다.

요금도 당연히 트램 쪽이 싸고.

국제선으로 이즈미르에 도착한 사람도 국내선 터미널 쪽으로 이동해서 버스나 트램을 이용해야 하니 많이 불편할 것 같다.

버스를 탈 수는 있지만 대개 자리가 가득 찬 상태로 도착을 하니 자리가 없을 경우도 있을 듯.

우리가 버스를 탄 시간이 앞 버스가 막 출발한 상태인 듯해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막연히 기다리다가 시간을 물어보니 아직도 30분이나 남아 있다 해서 거기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고.

생각했던 것보다 가까운 곳에 내려 주어 힘들지 않게 숙소를 찾아올 수 있었다.

숙소가 위치한 곳은 역이 가까워 교통은 좋은데 분위기는 좀 좋아 보이질 않지만 뭐 큰 문제는 없을 듯하고.

아무튼 서머나를 품은 땅 이즈미르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