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여행 2022

[이즈미르] 이것 저것 맛보기

정안군 2022. 5. 22. 03:08

새 땅에서 새 아침이 밝았다.

하지만 어제 미국에서 온 부부와 밤늦게까지 긴 대화를 이어가서 몸이 많이 무겁다.

이럴 때는 얼른 일어나서 산책을 하는 것이 비법.

아침 식사를 마치고 가볍게 주위를 둘러보기로 하고 숙소를 나선다.

 

우선 간 곳은 Kulturpark.

입구가 어제 공항버스에서 내린 곳이다.

굉장히 넓은 곳으로 시청도 있고 어린이 공원도 있고 박물관과 야외 공연장도 있다고 되어 있다고 구글맵에 나온다.

입구부터 멋진 곳이다.

조깅을 즐기는 사람도 눈에 띠지만 오전이라서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보이지는 않았다,

번화가 주변에 이런 공원이 있는 이즈미르, 멋지네.

너무 넓어 입구 근처에서 되돌아 섰고 다음에 향한 곳은 서머나 유적지.

 

서머나 교회는 이즈미르에 있던 요한계시록 초대 일곱 교회 중 하나인데 서머나 지역은 지진과 전쟁으로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고 근래 들어 아고라 유적이 발견되어 조사 중이라 한다.

순례하는 사람들은 서머나 교회를 성 폴리캅 교회를 대상으로 삼는다 하는데 그 교회는 오후에 개방한다 하니 다음에 시간을 내어 가 볼 생각이다.

성 폴리캅은 언젠가 주일학교 설교 때 주제로 삼은 분인데 예수를 부인하면 살려 주겠다는 말에 내 평생 그분이 나를 모른다고 하신 것이 한 번도 없었는데 내가 어떻게 그분을 모른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거절하시고는 순교의 관을 쓰신 분이다.

네가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관을 너에게 주리라(계 2 : 10)

죽도록 충성하므로 죽었지만 생명의 관을 쓰신 분 그분이 성 폴리캅이시다.

 

아고라 유적지는 아직 발굴 조사 중인 듯 보였는데 입장료가 40리라였다.

그런데 울타리 철망 사이로 안이 다 보여 굳이 입장료를 내고 들어 갈 필요가 없어 보여서 그냥 둘레를 한 바퀴 돌았다.

이 근처 어딘가에 서머나 교회가 있던 집이 있었겠지.

 

바로 뒤에는 오래 전에 지어진 듯한 하맘이 있었다.

이 언덕 위에가 사람들이 살기 좋은 곳인 듯 하니 아마도 서머나 교인들이 많이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유적 근처는 마을이 좀 깔끔한 것과는 거리가 먼 힘들게 사는 사람들의 주거지 같았다.

낮이야 괜찮겠지만 밤에는 좀 으스스할 분위기이다.

 

점심 식사는 이곳에 사시는 우리 교단 은퇴 목사님 부부와 함께 했다.

세상 좁은 것이 내 친구의 친구로 두 단계만 뛰면 전 세계 어느 누구와도 관련이 있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이즈미르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이탈리아 요리 전문점이란다.

미드 포인트.

모처럼 바닷물고기들을 시켜 보았는데 값은 최상이었지만 맛은 별 둘도 아까운 실력.

요리 솜씨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재료가 나쁜 것인지.

그래도 케밥 종류보다는 나았으니 괜찮은 선택인가?

 

식사를 마치고 전망이 좋은 곳에서 차를 마시자고 했더니 데리고 간 아산쇨.

아산쇨은 엘리베이터를 칭하는 것으로 여기에 세워진 것이 1907년.

오스만 제국이 망조가 든 시기이긴 하지만 부잣집 망해도 30년은 간다는 말이 맞는가 보다.

우리나라 1907년은 조선이 망조가 든 시기이기도 하다.

이 엘리베이터는 절벽 아래 마을과 윗마을을 연결하기 위해서 설치된 것인데 위에서 보면 다리가 떨릴 지경의 높이이다.

높은 곳이니 경치는 물론 압권.

필수 코스라서 사람들이 많았고 목사님과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한 터키 처자가 한국인이냐고.

그렇다고 했더니 너무 반갑단다.

한국어 소리가 들려 한국인이 여기 왔다 싶을 정도로 발음이 정확해서 깜짝 놀랐다.

한국 드라마를 열심히 본다고.

세계 곳곳에 한국어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늘어가니 어디서나 말조심이 필수인 시대가 된 듯.

한 달 정도 거주할 숙소를 찾아보았으나 한 달 단위로는 구하기가 좀 힘들었다.

그래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숙소를 찾아본 탓에 구경은 제대로 했다.

어마 무시한 시설의 레지던스를 보고 나니 다른 곳은 눈에 차지 않을 듯 하지만 그곳은 안 된다니 할 수가 없었다.

거기서 목사님 부부와 헤어져 메트로를 타고 숙소로 돌아오기로 했는데 카르트 판매소는 문을 닫았고 티켓 구입기는 고장.

한 청년이 자기 것을 사라고 카르트를 내주었는데 공짜가 아니고 커미션을 부치는 것을 보고 빈정 상해 싫다 했더니 화를 벌컥 내며 신경질을 내는 장면을 만났다.

말이 잘 안 되니 이래저래 오해를 부를 수도 있겠다.

버스를 대안으로 삼았는데 버스 타는 곳에도 카르트 판매기가 없어서 할 수 없이 택시를 탔다.

여기는 신용카드도 안 된다고 하고 카르트 판매하는 곳도 많이 없어서 외국인들은 좀 힘들겠다.

결국 바스마네 기차역 구내매점에서 빈 카르트를 구입하고 메트르 역에 가서 충전을 했다.

그것도 여러 사람에게 몇 번을 물어 가면서.

이스탄불이나 여기나 카르트 구입하는 게 무슨 미션 행하는 것 같다.

 

저녁 식사는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홍합밥 MiDYE를 먹어 보기로 하고 맛집을 찾아갔는데 오래된 시장 안에 있었다.

시장 규모가 너무 커서 깜짝 놀랐고 이 입소문난 홍합밥 맛이 신통하지 않은 것에 두 번 놀랐다.

홍합이 입을 잘 안 벌려 까는데 힘들기도 했고 우리나라 홍합탕에서 나는 감칠맛을 기대했는데 영 그런 정도는 아니었다.

그냥 별난 음식이다 하는 정도.

소문 때문이라도 한 번은 먹어 봐야 하나 두 번 다시 찾아가 먹어 볼 맛은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