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는 '투르키에'와 시차가 한 시간이어서 한국과는 무려 일곱 시간으로 벌어졌다.
한 시차가 별 것 같지 않아도 아침에 일어나 보면 잘 알게 된다.
어김없는 내 안의 생체 시계.
요즘 너무 과식한 탓도 있어할 일도 없는 우리는 하루에 두 끼만 먹기로 하고 늦은 아침을 먹었다.
여기 오니 다른 것이 역시 햄과 소시지가 나온다는 것.
이 나라는 돼지 나라가 맞다.
여기서 돼지 나라란 돼지(고기를 먹는) 나라라는 말이다.
식사를 마치고 잠깐 산책을 하러 나온 근린공원.
우리나라와 별 차이가 없으나 개 놀이터와 어린이 놀이터가 완전히 분리가 되어 있었고 출입 제한 시간이 있다는 점은 달랐다.
아침부터 누군가의 신고를 받았는지 구청 관계 직원 같은 사람들이 와서 벤치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거리를 보면 홈리스가 있는 걸 보니 그런 문제로 골머리를 썩는 듯하다.
그러고 보니 투르키에에서는 홈리스를 본 적이 없네.
어제 음식에 들어 있던 진한 기름이 뱃속에서 난을 일으켰는지 아침부터 컨디션 난조를 보여 하루 종일 빌빌거렸는데 확실히 충격적인 변화를 주면 몸이 적응을 잘 못하는 모양이다.
그럴 나이가 아니라고 머리는 자꾸 부정을 해도 몸은 아니라고 그런다.
오후 2시에 한인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기로 해서 여유가 있었다.
아점으로 식사를 해결했으니 거리 구경을 하다가 시간에 맞춰 교회에 가기로 하고 숙소를 나선다.
이 나라는 이즈미르에서 애용한 미그로스 마트를 대신하는 게 뭐가 있을까 하고 찾아보니 테스코, 리들(Lidl)이 검색이 된다.
머지않은 곳에 리들이 있어 가 보니 M 셋 미그로스 규모는 되어 보였는데 아내가 여기에서는 살림하기를 접은지라 얼마나 오게 될지는 모르겠다.
어제 공항버스에서 내린 아스토리아 호텔 앞 사거리.
길거리 건물들 모습을 보면 헝가리로 한 때는 잘 나갔던 나라라는 표시가 난다.
하긴 유럽에서 한 때 잘 나가지 않았던 나라가 있었나?
일제 승용차 모습이 투르키에보다는 더 많이 보이고 그만큼 한국 자동차는 가끔씩.
길거리 매장을 보면 확실히 투르키에보다는 훨씬 더 폭이 넓고 다양하다.
티베트 전문 매장도 보인다.
안에 뭐가 있나 들어가려다 버터기름 냄새에 비위가 상해 얼른 나왔다.
하지만 구호는 외쳐 줄란다.
Free Tibet.
여기는 두바이라는 슈퍼마켓.
정겨운 타이 국기와 베트남 국기도 보이고 인도도 있고 관계가 더러운 투르키에와 그리스 국기까지.
글쎄다.
다양한 나라 물건을 취급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나열된 나라를 보면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상당히 난해하다.
아무튼 여러 나라 물건이 있다는 뜻이리라.
여기서 보는 것이 타이 마사지 가게가 흔하다는 점이다.
타이 여성의 세계 각국 진출은 두드러진 현상이지만 헝가리까지 이렇게 많이 진출하는지는 몰랐다.
하긴 타이에 놀러 오는 나라의 남자는 모두 타이 여성의 타깃이니 헝가리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두바이라는 가게 주인은 절대로 UAE 출신은 절대 아닐 것이다.
그 나라 백성이 감히 이런 나라에 와서 슈퍼 가게를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니.
왜냐고?
세계 최강의 부자 백성이 이런 천한(?) 일을 할 일이 없다.
길거리 건물들을 보면 입이 떨 벌어지는 거창한 것들이 많았다.
이차 대전 중 이곳에서 소련과 치열한 시가전을 벌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복구는 말끔히 했나 보다.
하긴 전쟁이 끝난 지 수 십 년이 흘렀으니.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도하니(Dohany) 거리 교회를 가 보았다.
이곳은 과거 유대인 회당이 있던 곳으로 지금은 박물관인 모양이다.
영화 글루미 선데이에서 부다페스트의 유대인들의 모습이 많이 나온다.
물론 한스라는 독일군 게슈타포에 의해 다 털리거나 죽음의 수용소로 가게 되지만.
유대계 헝가리인들은 세력도 컸고 꽤 영향력이 있는 집단이었나 보다.
건물 규모를 보면 세계 최고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안은 입장료를 내어야 들어갈 수 있다.
비쌌기도 했지만 유대인들 꼬락서니가 보기 싫어 한 푼도 보태 주기 싫었다.
이스라엘에 사는 인간들과 다른 지역의 유대인들이 같을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같은 종자들이니.
너네들이 당한 고통은 이해한다.
그러나 지금 남에게 주는 고통은 너무 한 것 아니니?
둘레를 따라 걸으면 전부는 아니지만 안의 모습이 보인다.
1945년 전쟁이 끝날 때까지 죽은 유대인들의 명단인 듯하다.
기념 조형물 앞에는 여기저기에서 모인 유대인(?)들이 무슨 노래인가를 합창하고 있었다.
가사 속에 시온이라는 소리가 있는 걸 보니 '시온의 영광이 빛나는'이라는 찬송가인가?
물론 그냥 하는 소리이다.
벽에 여러 상징들을 새겨 놓았다.
히브리어를 알면 무슨 소리인지 알렸만.
하긴 알면 뭐하겠나.
정통 유대인들은 지금도 코셔라는 식습관을 철저히 지킨다고 한다.
코셔는 이슬람 할랄과 비교되는 습관인데 더 철저하다고.
그래서 상당히 비싸다고 하네.
그 코셔 음식점을 소개하는 프래카드이다.
여기의 보존을 위해 헝가리계 유대인들이여 돈을 내시라.
이렇게 거창한 건물을 만들어 놓았는데도 돈이 부족한 모양이다.
이제 협조하는 유대인들이 적다는 말인가?
버스를 타고 주일 예배를 참석하기 위해 한인 교회를 찾아갔다.
한인 교회는 부다페스트 개혁 루터교회 예배당을 빌려 사용한다고.
건물이 화려하지 않고 참 예뻤다.
루터교회가 있는 걸 보니 종교 개혁이 일어난 유럽에 와 있다는 실감이 난다.
헝가리를 흔히 동유럽의 범주에 넣는데 지역적으로 동유럽에 속하지 않는다.
헝가리는 옛날부터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와 함께 논, 굳이 구분하자면 중 유럽에 속하는 나라이다.
생각보다 많은 한인들이 모여 예배를 드렸다.
예배당 뒤의 파이프 오르간에서 나오는 음악은 분위기를 돋우는 제 역할을 하는 듯 소리가 제법 아름다웠다.
부다페스트는 한국 기업의 진출이 많아 주재원 수도 많고 유학 온 학생들도 제법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재력은 있는데 공부가 안 되는 자녀를 가진 사람들이 이곳을 유학처로 많이 선택한다고.
여기 의대에 다니는 한국 학생 숫자가 제법 많단다.
예배 후는 교회에 갈 때 구입한 24시간 교통 티켓을 이용하여 트램 실컷 타보기 타임이다.
많이 탈수록 본전을 뽑는 셈이니 실컷 타면 탈수록 이득인 셈.
이리저리 다니다 동굴 교회 근처에서 일단 내렸다.
거기에 가려면 언덕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되는데 옆에 거대한 건물이.
Gellert 호텔이란다.
무슨 호텔이 이렇게 거대해.
나중에 알아보니 이곳에 대규모 사우나도 있다고.
잠시 오르니 동굴 교회가 나타났다.
기적이 일어났다나 어쩐다나 하는 교회인데 그런 것에는 관심과 흥미가 없는지라 입장료도 있고 해서 그냥 앞만 보고 돌아 섰다.
가톨릭 교회란다.
나중에 제법 많은 사람들이 안에서 나오는 모양을 보니 가톨릭 신자들에겐 꽤 의미가 있는 장소인 모양.
바로 앞의 다리.
자유의 다리(Liberty Bridge)란다.
자유의 다리라.
우리나라가 원조 아닌가?
무슨 드라마 촬영이 있는지 다리를 막고 교통을 통제하고 있었다.
대단한 나라일세.
그런데 교민의 말에 의하면 이렇게 여기서 뭘 찍어도 화면에서는 독일이나 러시아로 나온단다.
그러니까 옛날의 독일이나 러시아의 모습을 여기가 가장 많이 닮았다는 이야기인가?
좋은 거야 나쁜 거야.
이 다리 근처에서 몇 년 전 한국인 관광객을 태운 유람선이 전복되어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고 한다.
다시 한번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
교회 앞에 있던 석상.
그런데 누구신가?
그 유명한 세체니 다리.
영화 글루미 선데이에서 여자 주인공이 자전거를 타고 건너던 바로 그 다리.
당연히 이 다리 아래로 흐르는 강물은 다뉴브 강물.
다뉴브를 여기에서는 두나(Duna)라고 부르는 모양.
아쉽게도 지금은 공사 중이라서 입장 불가.
이 다리가 부다 지역과 페스트를 연결하면서 부다페스트가 되었다.
이 두나에서 2차 세계대전 중에는 소련과 독일편에 섰던 헝가리 사이에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벌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수 많은 유대인들이 두나 강변에서 헝가리 애로우 크로스라는 조직에 의해 살해를 당하기도 했고.
그런 사연을 담은 영화가 뮤직박스이다.
거창한 부다 성문.
올라가 보고 싶었지만 컨디션이 난조라 다음 기회를 이용하기로.
이 나라도 대륙 기질이 있나 보다.
건물이나 문이 다들 큼직한 걸 보면.
부다 성문 광장에서는 신나는 밴드 공연이 있었다.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신나게 앞에서 춤을 즐기는 모습은 역시 유럽이라는.
여기는 해 지는 시간이 대충 9시쯤 되니 낮이 무척이나 길다.
그 대신 겨울에는 밤이 길겠지만.
오늘은 트램을 이용해서 여기저기 다녀 보았다.
시가지는 그다지 넓지 않아 어지간하면 걸어도 다 될 듯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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