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여행 2022

[센텐드레] 두나 강변의 작은 마을

정안군 2022. 6. 20. 23:12

부다와 페스트를 가르며 흐르는 두나는 조금 상류로 가면 ㄱ자로 급격히 꺾이는 부분이 있는데 그 지역을 다뉴브 밴트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그 언저리에 헝가리를 정복했던 마자르의 옛 수도였던 마을들과 슬라브족이 산다는 마을이 있다.

수도였던 곳은 에스테르곰(Esztergom)과 비셱그라드(Visegrad)이고 그 아래쪽에 센텐드레(Szentendre)가 있다,

앞의 두 마을이 더 의미가 있고 예쁘다고 하지만 센텐드레가 아무래도 부다페스트에 가까우니 더 유명세를 타는 모양.

우리를 좀 더 빨리 그리고 좀 더 많이 알려 주고 싶은 지인의 재촉에 시내 구경도 제대로 안 했지만 센텐드레 나들이에 나섰다.

여기는 버스 편도 있고 기차 편도 있어서 뭘로 갈까 고민하던 터인데 그냥 가볍게 해결이 되고 만다.

인구 100만이 조금 넘는다는 부다페스트는 시내 중심만 벗어나면 교통 체증이 있는 곳이 거의 없다.

거기에 센텐드레는 시 경계와 접한 가까운 곳이라 쉽고 그리고 얼마 안 가서 도착을 하게 된다.

 

센텐드레에 도착해서 처음 만나는 것은 두나.

동네쪽으로 제방을 쌓은 것 말고는 그냥 그대로의 모습으로 흐르고 있었다.

모처럼 보는 강 본연의 아름다움이다.

이 동네는 맹바기가 없었나 보다.

강을 최소한으로 조절하기만 하면 이렇게 아름답게 흐르는 것을.

강변에는 유럽을 자전거로 여행하도록 만든 유로벨로(EuroVelo) 6번이 지난다.

대서양에서 흑해까지 연결하는 긴 코스.

이 길을 보니 불현듯 달려보고 싶은 생각이 솟아나는데.

언제 다시 와서 자전거로 달릴 수 있을지.

 

이 마을에는 유난히 교회가 많단다.

여러 종파가 뒤섞인 중부 유럽의 모습이다.

개신교에 가톨릭 그리고 정교회까지.

정교회는 나라별 독립된 구조이니 또 여러 형태로 나누어져 있나 보다.

마을 어귀에 교회 모습이 보인다.

생긴 걸 보면 개신교인 듯.

 

제법 풍겨오는 모습이 아담하고 예쁜 마을답다.

원래 한산한 것인지 요즘만 그런 것인지 사람도 별로 없어서 고즈넉한 것이 걷기에 좋았다.

하긴 관광으로 먹고사는 마을이라면 동네 사람들에겐 사정이 다를 수도 있겠다.

 

여기도 교회.

정교회라고 했던가?

 

벽에는 이 집에 살았던 사람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있다.

대다수의 집들이 그랬다.

이 분은 79세를 사셨다.

1917년에 돌아가셨으니 그 당시로는 장수하신 분이네.

 

예쁘게 꾸미려는 노력이 가상하게 보인다만 투르키에에서 너무 예쁜 마을을 많이 본 지라 그다지 감흥이 없었다.

미안해요. 센텐드레.

네가 안 예쁘다는 게 아니고 내 눈이 너무 높아졌다는 것이여.

 

지붕 아래 다락방을 만들기 위해 창을 낸 모양인데 그게 참 예쁘네.

우리는 잘 모르겠는데 이런 집의 모습이 일반 마자르 계통의 집과는 다른 모습이란다.

 

마을 중심의 광장.

기독교 국가답게 십자가가 서 있다.

 

 

한산한 카페.

아직 코로나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한 모양.

하긴 세계를 휩쓰는 중국이 아직 문을 닫고 있으니.

덕분에 곳곳의 관광지는 청정 지역을 유지하고 있다.

계속 이대로 가라.

시황제여.

지붕 너머로 보이는 교회로 가면 전망이 좋다고 하여 그쪽으로 가 본다.

입구는 아주 좁은 골목.

두 사람이 다닐 수가 없을 정도로 좁다.

 

중간에 만난 분식집.

란고속(Langosok)이라는 전통 음식을 파는 곳이란다.

하나 사서 먹으니 드는 생각은 이 나라는 소금 값이 매우 싼 모양이라는.

아주 소금을 들어부었다.

맛도 So so.

그냥 밀가루를 반죽해서 기름에 튀긴 맛 그 이상도 아닌, 정말 돈이 아까울 정도.

여기 와서 느끼는 것이 물가가 제법이라는 것이다.

물론 투르키에에서 너무 싸게 살다 와서 그런 것도 있지만 헝가리 물가는 우리나라에 비해 그저 조금 싼 정도이니.

 

이런 골목을 올라왔다.

이 동네는 땅값이 비싼 것인지 아니면 침략이 많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시내의 커다란 덩치의 건물에 비하면 참 보잘것없다.

 

교회 마당에서 보면 또 교회가 보인다.

정말 규모에 비해 교회가 많은 마을이다.

 

성 베드로와 바울 교회.

가톨릭 교회란다.

종탑에 오르면 전망이 좋다고 하던데 아쉽게도 문이 잠겨 있었다.

 

올챙이 눈깔인지 개구리 눈깔인지 그런 모양을 한 지붕 위 창문들이 다시 보아도 재미있다.

밤에 불이 켜져 있으면 더 실감이 난단다.

한쪽만 켜져 있으면 윙크하는 모습이고.

 

내려와서 길을 걷다 보니 저 너머로 교회가 또 보인다.

교회 너머 또 교회.

 

아내와 친구는 쇼핑에 나섰다.

둥이들 옷도 사고 부탁받은 식탁보도 산다고.

나는 그 사이에 다시 두나 구경에.

 

그리고 돌아왔다.

조용하고 또 아담한 마을인 것은 분명한데 내 기준으로는 그저 그런 곳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너무 눈이 고급스러워져서 이 정도로는 눈에 차지 않는다.

다음은 에르테르곰과 비셰그라드를 묶어 가보려 하는데 그곳은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