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곳이 충주인데 뉴스 시간에 이번 홍수 때 처럼 충주가 각광(?)을 받은 적이 있나 싶게 화제의 대상이 되더군요.
충주댐은 전두환 대통령(이런 표현 하기는 무지 싫지만 그래도 역사의 한 부분이니 그냥 씁니다)이 취임해서 얼마 안되어 준공을 한 댐이죠.
댐 정상 기념탑 옆에는 기념사가 있는데 한참 동안 대통령 전두환이라는 글씨가 있다가 사람들의 여론에 밀려 그 글씨는 지워졌습니다.
충주댐은 말그대로 다목적 댐입니다. 댐을 세운 목적이 많다는 것인데요 팔당 댐이나 의암 댐 등 북한강 수계에 있는 댐들은 발전 목적입니다.
그러나 소양강 댐이나 남한강 수계에 있는 충주댐은 다목적 댐이라서 여러가지 기능을 담당하고 있지요.
다목적댐의 가장 큰 기능은 홍수 조절입니다. 그 다음엔 용수 공급 그리고 발전과 관광을 꼽지요.
충주댐 근처는 충주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곳입니다. 요즘은 그리 못하지만 불과 10여년만 해도 여름이면 충주댐 옆이나 밑에 조성된 공원에서 돼지 고기 삼겹살을 구어 먹느라고 거기서 나오는 연기가 정말 대단했었지요.
더운 여름 집에서 있기가 너무 더우면 옆집이나 아는 사람들과 함께 충주댐 공원에 가는 것이 일반 상식 처럼 되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허나 공원에서 취사 금지가 되면서 그런 야만스러운(^^) 광경은 지금은 볼 수가 없습니다.
외지 사람들이 충주에 오면 제일 먼저 소개하는 곳이 이 충주댐입니다. 충주댐에서 배를 타고 단양이나 좀 못미친 구담봉까지 가면 참 좋거든요.
몇 해전 그 유람선에서 화재가 발생해 많은 사람이 죽은 적도 있었지만 이 뱃놀이는 충주댐의 목적인 관광에 잘 들어 맞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즐거움 뒤에는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 묻혀져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남한 최대의 유역 면적을 자랑하는 충주댐은 그 숫자 만큼이나 많은 사연들을 물 속에 묻었습니다.
유서 깊은 마을 청풍과 단양이 물속에 묻혔고 강따라 이어지던 수많은 사연과 전설도 물 속에 묻히고 말았지요.
무지막지하던 시절이라서 별 하소연도 못하고 밀려나고 말았던 이 땅의 백성들의 한이 서린 곳이지요.
그들은 말했습니다. 북한이 고향인 사람들은 그래도 고향에 돌아 갈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있지만 우리는 그런 희망도 없다.
언젠가 평촌인지 분당인지 개발할 때 국회의장을 지낸 사람의 고향집이 개발 단지안에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 집을 내놓지 않으니까 모든 언론에서 국가일에 국회의장까지 해먹은 사람이 협조를 안한다 이렇게 집중 포화를 가했죠. 버티다 버티다 결국 그 분도 자기 집을 내 놓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개인 인권이나 권리가 철저히 무시되던 시절의 이야기인데 그 이야기는 아직도 계속되나 봅니다.
이번 홍수로 피해가 생긴 것은 댐이 없어서 그러니까 댐을 여러 개 더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이렇게 강조하는 사람들은 대개 서울하고도 홍수가 남이야기인 좋은 동네에 사시겠지요? 저는 서울에서 잘 나가는 동네가 물난리 겪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같은 민족이 피해 당하는 것을 그냥 보고 있자니 너무 가슴이 아파 이런 주장을 하나요?
엄청남 돈이 들어가는 댐이 홍수에 만병통치약인가요? 90년 홍수 때 서울이 물에 잠길뻔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 때 충주댐에서 방류를 했었더라면 서울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을겁니다. 그런데 수문을 열지 않아 그 상류인 단양, 영월에서 엄청난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 때 충북 도지사가 현장을 방문해서 "이번 수해는 인재다"라고 과감하게 선언했다가 그 다음날 경질됩니다.(물론 그 도지사는 지방 자치가 시작되면서 민선 도지사로 화려화게 컴백하지만) 아마 국가 책임이라도 인정하면 손해 배상 청구 문제가 걸렸겠지요.
이번에도 건설부장관이 그 현장을 시찰하면서 같은 질문을 받았지요.
"글쎄요 그런 면이 있겠군요. 다른 보상책을 생각해 봐야 되겠습니다."
댐 만들면 홍수를 예방할 수 있다구요?
오늘도 건설족들은 대형 공사거리를 찾아서 기회만 노리고 있습니다. 고속철도, 새만금 등등 환경에 치명적인 계획이지만 그들은 만들어 내지요.
앞에 아슬아슬하게 보이는 선이 충주댐 상단부입니다. 거의 1-2 m아래 까지 물이 찼더군요. 물론 물을 하류로 흘러내려 보내는 중이었지만 하류 부근의 지자체에서의 압력이 대단했답니다.
수문을 닫으라고 그러면 상류 쪽 만 피해를 입나요? 만일 충주댐이 터진다면 수도권 일대는 그야말로 땅콩밭으로 돌아갑니다. 피해는 상류 쪽만 입는 것이 아니지요.
난개발과 안전을 무시한 공사등은 재쳐두고 댐만 만들라고 하는 것은 우리 입맛에 맞는 큰 고기 덩어리를 내놓아라 바로 그것이지요.
안양천 공사를 했던 시공사가 삼성물산이라지요? 언론은 조용합니다. 삼성이라서 그런가요? 아마 댐 공사가 벌어진다면 이 삼성도 큰 고기 덩어리 중 일부는 차지할 것입니다.
누구 좋으라고 댐 공사를 해야 하나요?
더 이상 대규모 댐은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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