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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그치고 파란 하늘

3 월이 되었다. 하루종일 비가 오더니 새벽에 눈으로 바뀌어 내렸나 보다. 멀리 보이는 남산에 눈이 덮여 참 예쁘다. 차에 쌓인 눈을 치우러 내려가 보니 눈이 얼마나 물기를 머금었는지 질퍽하다. 그리고 오전 내내 비듬 같은 눈이 내리더니 저녁 늦게 날이 화창하게 개었다. 허공에 떠 있던 미세먼지와 오만 잡것을 눈이 함께 다 땅으로 떨어뜨렸는지 하늘이 너무 맑다. 이뽀요.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여름 치앙라이의 하늘이다. 일기예보에서 눈이 예보 되었는데 구지 동해쪽으로 놀러 갔던 사람들에게는 눈이 원수 같았겠지만 이렇게 공기 중의 찌꺼기를 없애 주고 세상을 깨끗하게 해준 눈이 참 고맙다. 이제 다시 겨울에나 만나려나? 아들이 사는 동네는 아직도 눈 전성기더만 우리는 일단 작별이다. 안뇽.

한국 2021 살이 2021.03.02

충효로 지낸 어느 하루

두환이가 대빵이 되고 나서 좀 멋적었던지 갑자기 사람이나 된 것처럼 하고는 떠든 게 충효 사상이다. 부모에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하라. 여기서 나라는 바로 나 두환이니 찍소리말고 살아라는 게 두환이 속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두환아 생각 좀 해 봐라. 너 같은 놈이 대빵이면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겠니? 지금 미얀마가 그 짝이다. 두환이 같은 미얀마 군바리 대빵 놈이 없어지라고 외치는 게 미얀마 시민들의 나라 사랑이니 군바리들이 생각하는 나라 사랑과는 달라도 완전히 다르다는. 요즘 같이 우리나라 정도는 되어야 저절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길지도 모른다. 태극기, 성조기와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애국을 외치는 노인분들이 많은 걸 보면 그렇지 않을까 싶다만. 며칠 전 부여에 다녀 왔다. 긴 세월의 흔적을..

등산화 고쳐 신고 남산 행

언제 샀는지 기억에 전혀 없는 등산화가 있다. 고구려 시대까지는 거슬러 올라가지는 않겠지만 산지 10년은 넘은 듯 하다. 주인이 외국에 나가서 사는 동안 신발장 안에서 푹 쉬어서 그런지 요즘도 그럭저럭 신을만 했는데 이젠 한계에 도달했는지 여기저기 상채기가 나기 시작했다. 앞 부분 덜렁거리는 건 그냥 봐줄만 했는데 뒷금치 부분은 덜렁거려 더 이상 신기는 무리로 보였다. 아내는 그만 버리고 새로 사자고 하는데 다른 데는 멀쩡하니 신발창만 수리하면 괜찮아 보여 일단 신발 수리점에 가서 수리가 가능한지 알아 보기로. 그래서 구두 고치는 아저씨에게 가서 물어 보니 웬 쓰레기는 가져 왔냐는 표정이다. 버려야 하나? 그런데 어디선가 등산화 판 회사에 신청하면 창갈이를 해준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물론 다는 아니고 ..

새 단장한 하늘재

오랜만에 하늘재를 걸었다. 날이 완전 봄이라서 걷는 사람들이 많았다. 냇가 그늘 쪽은 아직도 두터운 얼음이 남아 있었고 나무들도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않았지만 어딘가 봄이 느껴지는 날이었다. 월악산 국립공원 지역인 충주 쪽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하늘재 정상 지역인 경북 문경 쪽은 그간 많이 변해 있었다. 소나무가 많이 식재 되었고 아래쪽에 큰 주차장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아스팔트가 벗겨지고 옛날 정취의 흙길로 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는 허름한 매점이 사라지고 길 한 쪽에 산신각이 등장한 것. 오른 사람마다 매점에 대해 한 마디씩 한다. 보상 많이 받아 갔겠다고. 생각하는 게 모두 돈과 연결되는 세대인가 싶어 좀 씁쓸하다. 새로 등장한 산신각을 살펴보니 안에..

범바위 약수터에서 남산 오르기

어느 산이든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많고도 많다. 남쪽, 북쪽, 동쪽 그리고 서쪽 이렇게 딱 떨어질 수는 없겠지만 하여튼 그렇다. 충주 지킴산 중 하나인 남산도 마찬가지. 남산도 정상에 오르는 길은 참 많다. 기장 많이 오르는 길이 깔딱고개 방향인데 이도 중간에 세 방향으로 갈린다. 그 밖에 많이 오르는 길이 샘골과 마즈막재이다. 여기는 나도 모두 올라가 본 길이다. 또 하나는 범바위 능선으로 길게 오르는 방법도 있는데 이 쪽은 가벼운 산행이라기 보다는 본격 산행 느낌이 들어 많이 이용하지는 않는다. 나머지는 범바위 약수터와 창룡사에서 오르는 길인데 시내에서 멀기 때문에 이용객도 적고 나도 올라가 본 적이 없다. 할 일도 없고 만드는 게 일이 되는 나는 오늘 일을 만들어 본다. 범바위 약수터에서 올라가 보..

창룡사 산책

매일 마즈막재만 다니다 보니 좀 질려 적당한 다른 곳을 찾아 보았다. 그곳이 금봉산(속칭 남산) 창룡사. 대충 시간을 알아 보니 집에서 1 시간 정도 걸려 딱 좋았다. 지난 주 설교 시간에 만나 이야기가 나왔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에서 나와 광야에서 있을 때 먹을 것이 없다고 난리를 쳤다. 이 때 하나님이 이 백성들에게 만나를 내려 주셨는데 이는 실로 기적이었다. 허나 몇날 며칠을 만나만 먹으니 질려서 다른 걸 달라고 또 난리를 친다. 처음에는 기적이었으니 그 기적이 이어지면 더 이상 기적이 아니라는. 하기는 최고급 쇠고기라도 날마다 먹게 하면 누구든 난리를 치지 않을까? 이렇듯 기적이든 아니든 가끔씩은 바꿔줘야 한다. 오래된 동네 길 사이를 걸으면 창룡사 가는 길이 나오는데 경사가 꽤 심하다. 천..

추억의 음식

누구에게 추억의 맛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건 어릴 적 엄마가 해 주시던 음식이나 누나가 해 주던 음식이 준 맛이 아닐까 싶은데. 나에게도 당연히 그런 음식이 있다. 언젠가 부여 외곽에 있는 절에서 쩜장을 만들어 판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에 가 본 적이 있다. 쩜장은 어릴 때 외가에 가면 먹을 수 있었던 외할머니 표 음식이었다. 먹어 본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그게 어떤 맛이었는지 기억에도 없었고 그냥 이름만 생각이 나는 것이었는데. 그런데 정말 깜작 놀랐다. 조금 찍어 맛을 보니 그 옛날 그 맛을 생생하게 혀가 기억을 하고 있었다. 아, 바로 이 맛이었어. 내 고향 부여는 충남에 속한다고는 하지만 금강 하구 언저리의 동네와 같은 정서를 지니고 있다. 서산, 예산, 당진 이런 충남 북부 지역은 본..

얼음 아래로 추억이

걷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머리 속이 맑아진다는 것이다. 머리 속이 복잡할 때 걷기 시작하면 점차로 머리가 맑아진다. 잡생각이 없어진다는 말이다. 언젠가부터 TV를 보다 보면 이제까지 지내 오는 중에 안했으면 좋았을 일들이 떠오른다. 그러면 내가 싫어진다. 그 때 왜 그랬을까? 어디선가 본 것인데 본래 천국이나 지옥은 없다고. 그런 것 없고 사람이 죽어갈 때 착하게 산 사람은 좋은 기억이 떠올라 웃음을 지으며 세상을 떠나니 천국에 가는 것이고, 못 된 짓을 많이 한 사람은 떠 올리기 싫은 기억이 남기 때문에 지옥에 가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 그런지 아닌지는 죽어 보질 않아 모르겠지만 그럴 듯 하긴 하다. 이런 말이 생각나니 나도 죽을 때 좋지 않은 일이 머리에 떠 오르면 어쩌나 싶기도 하다. 좋은 일을 ..

마즈막재에서

엄청난 추위로 한참을 얼어서 지냈다 북극의 한파가 그 동안은 제트 기류에 막혀 내려 오질 못했는데 기후 변화로 구멍이 생겨서 그리로 새나왔다고. 이게 뭔일이래. 한국이 한파에 시달리는 동안 작년 영하 40도까지 떨어지곤 했던 아들 지내는 곳은 하나도 춥지 않다고 전해 왔다. 그래서 그냥 슬리퍼에 맨발로 요즘 지낸다나? 농담으로 앞으로는 혹한을 피해서 캐나다와 와서 지내는 게 좋겠다고 한다. ㅎ 아들아. 작년까지 이맘때 나도 그렇게 살았다. 양말은 신은 적이 거의 없었고 그냥 슬리퍼 끌고 다녔지.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올해도 그렇게 살았을텐데 말이다. 아무튼 추워도 틈틈히 나와 다리 운동을 했다. 날이 추워도 중무장을 하면 다른 곳은 괜찮았는데 역시 손가락은 대처하기 쉽지 않더라.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

성재와 진의실재 넘어서

새해 첫날이다. 마즈막재에서 남산 임도를 지나 성재에 이르렀다. 거기서 발길이 끊긴 서낭당을 옆으로 하여 진의실길로 내려서 고개를 넘어 출발점 마즈막재로 돌아왔다. 아래는 눈이 날린 정도였으나 산에는 제법 왔나 보다. 쌓인 눈이 제법 깊었다. 몇 번 미끄러질 뻔 했지만 잘 버텼다. 3 시간 정도 걸었는데 쉬운 걸음은 아니었다. 이 정도로 힘들면 정안군이 아닌데. 올해에는 좀 더 걷는 시간을 늘려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속에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왔다. 올해는 비행기를 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