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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남산에서 만난 산괭이눈

외할머니는 고양이를 한 번도 고양이라 부르지 않으셨다. '고양이 해 봐'라고 하면 그냥 빙긋이 웃기만 하셨다. 할머니에게 고양이는 늘 괭이였다. 괭이. 이 괭이 이름은 그 대상이 바뀌어도 그냥 '아나'였다. 아나 이렇게 부르면 그 아나는 늘 야옹 하고 대답을 하곤 했다. 이 아나들에게 좋은 인상이 남지 않은 것은 어쩌다 보는 내 말을 잘 듣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새벽이면 꼭 식사 거리를 잡아다 마루에서 먹곤 했기 때문이다. 빠그작 빠그작 소리를 내며 식사 거리로 잡아 온 맹바기(라 쓰고 쥐새끼라 읽는다)를 먹어 치우는 모습은 지금도 생생한 섬뜩했던 장면이었다. 이 아나의 행사는 그 때 외가가 방앗간을 했으니 이 아나에게 식사 거리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했고 아침마다 늘 벌어지는 일이었다. 고양이가 아니라 괭..

다시 성경 일독

언제 시작했는지는 찾아 봐야 되겠지만 대강 8 개월 전일 것이다. 그 때부터 읽은 영어 성경을 오늘 다시 끝낸다. 계시록 22장 11절 불의를 행하는 자는 그대로 불의를 행하고 더러운 자는 그대로 더럽고 의로운 자는 그대로 의를 행하고 거룩한 자는 그대로 거룩하게 하라. 노인네들이 많이 찾는 곳에서 한 노인네가 근처에 있는 노인네들에게 중얼거리듯 묻는다. TV에서는 왜 생태탕 타령만 하고 있어? 왜일까? 몰라서 물을까 아님 그냥 우리 편이라 별 것 아니라고 믿고 싶어서 일까? 이유야 뻔하다. 생태탕을 먹은 놈이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도 정치판에서 거짓말을 잘 하는 놈은 맹박이로 끝내야 하지 않을까? 여러분 이거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혀를 낼름거리며 떠들던 그 화상. '불의를 행하는 자는 그대..

한국 2021 살이 2021.04.06

[충주] 남산에서 만난 산괴불주머니

우리 둥이 지우가 사랑하는 노란색을 강렬하게 뿜어내는 예쁜이. 바로 산괴불주머니. 괴불은 옛날 어린이들이 주머니 끈 끝에 차는 노리개를 말한다고 한다. 노란 꽃송이 모습이 괴불을 닮아 그런 이름을 달게 되지 않았나 싶다. 이 친구들은 함께 모여서 지내는 것이 좋은 듯 대개 군락을 이루고 있다. 식용으로는 쓰이지 않지만 약용으로 쓸모가 있다고. 들의 개나리가 노란색으로 이른 봄을 장식하듯 이 신괴불주머니는 같은 색이지만 색이 약한 생강나무 꽃을 이어 초봄의 산을 장식한다. 강렬한 노란색으로.

진달래 벚꽃 그리고 부활절

오늘은 부화절이 아니고 부활절이다. 교회에서 생 달걀을 주면 부화절도 될 수 있겠지만 그럴 일이 없으니 부화절이 못 되고 부활절이다. 오늘 설교에 정호경 신부님이 번역한 반야심경 이야기가 등장했다. 어떻게 전개될까 궁금했는데 역시나로 끝났다. '가자 가자 함께 가자 깨달음의 저 언덕으로'라는 것은 부활 예수의 의미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정말 그럴까? 부활하신 예수님이 옆에 계시면 물어 보고 싶다만. 며칠전 '킹덤 오브 헤븐'이라는 영화를 본 기운이 남아 그런 생각이 더 들었을까? 잠깐 영화 이야기를 해보자. 이 영화는 200년간 지속된 십자군 전쟁이 한창이었던 12세기 예루살렘에서 있었던 일을 그린 것인데 주인공들인 발리앙과 살라딘의 행동이 큰 울림을 준다. 실제 인물이었던 발리앙과 살..

한국 2021 살이 2021.04.04

소금을 뿌린 듯 조팝나무

올해는 모든 게 빠르다. 장모님 말씀이 살아오면서 3월에 두릅을 먹기는 처음이라 하신다. 두릅을 좋아해서 빨리 먹는 건 좋지만 지구가 병든 상태가 중증이라는 증거는 아닐까 그런 걱정이 앞선다. 역시 이상 기후인가? 다른 꽃도 빠르지만 4월 하순이나 되어야 보던 조팝나무 꽃이 활짝 피었다. 조팝나무는 꽃은 작지만 수가 엄청나게 많아 그 세가 대단해 보인다. 분위기는 5월 같지만 이제 4월이 되었다. 노회찬 기념재단에서 책을 내놓았다 하여 교보문고에 들어가 한 권은 주문해 받았다. 음식 천국 노회찬. 알지도 못했던 적립금이 쌓여 있어 공짜로 받을 수 있었다. 교보에서 책을 산지 10년도 넘어 어떤 영문인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공짜 아닌가. 공짜라 좋고 노회찬을 기념해서 좋고 재단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테니 ..

한 사람의 인생 역전 스토리

일본의 한 스모 선수(역사라고 부른다)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그에 앞서 간단히 스모에 대해 알아 보기로. 스모는 우리나라 씨름과 비교할 수 있긴 하지만 힘과 기술이 어울어지는 종목이라는 점만 비슷하고 그 외는 여러 가지로 다르다. 우선 스모 선수는 계급이 있다. 이 계급에 따른 대우는 엄청나게 큰데 한 층 올라가는 것은 엄격한 규정에 따르기 때문에 쉽지 않다. 스모 선수의 계급은 총 10개이다. 아래 등급으로 부터 죠누구치, 죠니단, 산단메, 마쿠시타, 쥬우료, 마에가시라, 고무스비, 세키와케, 오제키, 요코즈나로 이어지는데 요코즈나가 최상위 등급이다. 오직 2 명만 존재할 수 있으며 요코즈나인 선수가 은퇴할 경우 공석인 상태에서 경기를 하기도 한다. 이번 봄 대회도 두 명의 요코즈나가 모두 참가를 ..

봄이 익어간다

그래. 봄이 익어간다. 다음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전승되어 내려오는 이야기이다. 일본어로는 무카시바나시(옛날 이야기) 옛날 니시오모테라는 섬에 악어(와니)와 개구리(가에루)무리들이 살고 있었다고 해요. 이 둘은 서로 간섭하지 않고 오랫동안 소가 닭 보듯 닭이 소 보듯 그렇게 지내왔대요. 그런데 어느 날. 한 악어가 별 생각없이 개구리를 잡아 먹어 보았어요. 먹어 보니 맛이 그다지 나쁘지 않고 손 쉽게 잡을 수가 있어서 참 반가웠죠. 이 악어는 착한 악어였든지 이 기쁜 소식을 모두에게 전했답니다. "애들아, 개구리 한 번 잡아 먹어봐. 잡기도 쉽고 맛도 괜찮아" 그래서 개구리를 잡아 먹는 악어가 점점 늘어갔고 그렇게 되니 개구리들은 비상이 걸렸어요. 이거 큰 일이 났구나. 이렇게 생각한 개구리들은 함께 모여..

[충주] 봄이 내린다

오호라. 때가 되니 하늘에서 봄이 내린다. 요즘 소위 일본 개화기 시대를 다룬 시바 료타로의 소설을 읽는다. 시바는 어떻게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일본만이 근대화에 성공해서 나름 폼나는 시절을 보낼 수 있었을까 이런 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메이지 유신부터 러일전쟁까지가 대부분이다. 그는 이 때를 일본이 제일 신나던 시절이라고 보는 것이다. 일본의 근대화 소동은 미국인 페리 제독이 이끄는 소위 흑선(구로부네)에서 시작되지만 여러 조건이 받쳐주지 않았으면 이런 소동이 일어날 수 없었다. 바야흐로 막부 말기. 막부는 거의 한계에 다달아 있었다. 이 때 등장한 인물이 유신 삼걸이라는 기도 다카요시, 사이고 다카모리, 오쿠보 도시미치. 이들 뿐만 아니라 사카모토 료마, 가와이 쓰구노스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