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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없이는 못살아

고등학교 시절 동대문 운동장에서 있었던 봉황대기 결승전을 보러 간 적이 있다. 그게 75년도 여름이던가. 그 유명했던 장효조가 있던 대구상고와 하기룡이 있었던 배재고와의 시합이었다. 얼마나 경기에 몰입했는지 코피가 터졌어도 모를 지경이었다. 오후 2시 시작인데 오전 10시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고 땡볕에 종일 앉아 있던 것이 꽤 힘들었나 보다. 그래도 너무 너무 신나고 재미있었다. 대구상고가 우승하면서 시합은 끝났는데 그로부터 은근한 팬이었던 나는 더욱 더 대단한 광이 되었다. 그리고 찾아 온 프로야구 개막. 그로부터 야구가 시작되는 봄이면 기뻤고 야구가 끝나는 가을이면 이제 뭐하고 사나 싶었다. 그 때는 나나 한국 야구나 모두 수준이 우물 안 개구리. 그 후. 야구는 우리보다 일본이 몇 수 앞서 있다는 ..

한국 2021 살이 2021.04.26

꽃길만 걸으려면

살다 보니 별 걸 다 알게된다. 매일 아침 달걀을 프라이를 해 먹는데 그 프라이가 하는 상태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는 걸. 내가 해 먹는 방식은 써니 싸이드 엎이라고 하는데 이 sunny-side up은 달걀을 한 면만 프라이 한 상태를 말하는 거란다. 오버 이지(over easy)는 양쪽 다 프라이 하되, 노른자가 익지 않은 상태를 말하고 오버 하드(over hard)는 양쪽 다 프라이 하고 노른자도 완전히 익힌 상태. 이렇게 각 프라이 상태에 이름을 붙인 사람은 누굴까? 이 셋 중 어떤 것이 가장 맛 있을지는 사람마다 다르니 정답은 없다. 하긴 인생살이에 정답이 있으랴. 누구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서 그런 화려한 인생을 살고 누구는 흑수저를 물고 태어나서 그에 맞는 인생을 살기도 한다. 나는 어떤 부류..

한국 2021 살이 2021.04.22

[충주] 남산에서 만난 아가들

봄이면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 여기저기 꽃이 흔해서 살짝 무심히 보내기도 하는데 새 잎도 꽃만큼 예쁘다는 사실. 색깔도 꽃들만큼이나 다양하다. 그림을 그리자면 새싹을 흔히 연두색을 선택하지만 하지만 한 번 봐보라. 얼마나 연두색도 그 색이 다양한지. 세상도 이처럼 다양한 사람이 산다. 비슷한 듯 비슷하지 않은 사람도 있고 비슷하지 않지만 비슷한 사람도 있다. 자기 생각이 없이 남 따라 사는 사람도 있고 자기 주관이 뚜렷해 남들이 짖을 때 덩달아 짖지 않고 침묵을 지키며 중심을 잡고 사는 사람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고 해도 맞지 않은 것도 있고 그것이 항상 진리는 아닐 것이다. 요즘 코로나를 보며 드는 생각이다. 처음 격는 일이라 어떤 나라도 치료약도 없었고 백신도 없었고 그러니 올바른 지..

[충주] 남산에서 만난 개별꽃

개별꽃이라. 이름에 어찌하여 개, 강아지가 들어갔을까? 별꽃이 따로 있고 그것에 비해 시원찮다는 뜻의 개가 붙었나? 어디 한번 찾아보자. 있네. 별꽃도 있고 쇠별꽃도 있고 개별꽃도 있고. 내 생각에는 이들 가운데 개별꽃이 제일 매력이 있고 예뻐 보인다. 그런데 왜 개가 붙은 별꽃이 되었지? 개별꽃의 매력 포인트는 꽃잎에 찍힌 연지 곤지이다. 살짝 찍힌 무늬가 옛날 색시 볼에 찍던 연지 같다. 이름이 뭐든 다들 자기 나름의 특징이 있어 그렇게 살아간다. 별꽃이든 개별꽃이든. 이름은 사람이 붙였으니 그들은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사는 게 당연하다.

명지학교

서대문구 백련산 자락에 명지학원에 속한 학교들이 있다. 명지재단 설립자이자 명지대학교 총장이었던 유상근 박사는 우리 집안이 터를 이루었던 부여 장암 출신이라 이리저리 인연이 깊었다. 할아버지는 유박사를 꽤 아꼈다고 하고 한때는 고모부가 이 재단에 고위직으로 근무하기도 했으니. 나도 이 재단과 인연이 있을 뻔한 적이 있어 근처에 온 김에 학교 구경을 해 보기로 했다. 명지대학교는 비교적 낮은 지대에 있었는데 전문대학과 중고교는 상당한 언덕 위에 있었다. 그 가운데 중고교를 보기로 했는데 학교 터는 언덕 위에 있어서 엄청난 옹벽이 시선을 막고 있었다. 친근감은 없고 위협적인 모습이다. 그 벽에는 졸업생이 어느 대학에 몇 명 들어 갔다는 걸개가 큼직하게 걸려 있었다. 이런게 과연 필요한 가 싶은데 좋아하는 사..

한국 2021 살이 2021.04.15

[충주] 계명산에서 만난 흰젖제비꽃

사람의 모습도 다양하지만 같은 이름을 쓰는 식물도 그 종류가 참 여러 가지이다. 제비꽃도 세계적으로는 400여 종이 분포하고, 한국에도 30여 종이 자라고 있다고. 한국에만 30여 종이라는 것도 대단한데 전 세계는 400여 종이라. 굉장하지 않은가? 하얀색 꽃이 피는 제비꽃도 우리나라에 2 종류가 있는 모양이다. 흰제비와 흰젖제비. 흰제비는 그렇다고 하고 흰젖제비꽃은 어째서 이름에 젖이 들어갔을고? 오늘 등장하는 친구가 그 흰젖제비꽃이란다. 처음에는 그냥 흰제비꽃인 줄 알았건만. 이 둘은 꽃으로는 구분이 어렵고 잎이 다르다. 잎이 흔한 제비꽃 모양이면 그건 흰제비꽃이고 흰젖제비꽃은 잎자루가 사진처럼 둥글고 길다. 그렇나고 해도 쌍둥이들처럼 둘이 서로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은 게 재미있다.

계명산에 올라

요즘 여러가지로 머리가 복잡해 훌훌 털 겸 모처럼 마지막재에서 계명산에 올라가 보기로 한다. 남산은 산세도 비교적 온순하고 평범하다면 계명산은 남산보다 150 m 정도 높기도 하려니와 산세도 훨씬 웅대하고 험하다. 그러니 계명지맥에서 계명산이 가장 높은 건 당연지사. 남산은 물도 없이 올라갔지만 계명산은 물도 챙겨 가야 마음 부담이 덜한만큼 본격적인 등산에 가깝다. 마즈막재에서 올라간 적이 언제였는지 생각이 잘 안 나는 걸 보면 꽤 오래 전인가 보다. 바뀐 건 중간에 나무 계단이 생겼다는 것이다. 역시 남산보다 훨씬 힘들었다. 그러나 아직 이 정도쯤이야 하는 마음으로 오르고 오르니 정상. 올라 올 때 가족 단위 등산객을 좀 만났는데 정상에는 젊은 부부가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부담부담. 요즘은 코로나로 ..

한국 2021 살이 2021.04.11

[충주] 남산에서 만난 양지꽃

달도 차면 기울고 꽃도 피면 지는 게 세상 이치이다. 양지가 음지가 되고 음지가 양지가 되는 것도 마찬가지일 게다. 허나 늘 양지만 붙는 꽃이 있으니 이름하여 양지꽃. 작지만 노랗게 핀 꽃이 앙증맞게 귀엽다. 이름으로 하면 양지가 음지 될 일은 없겠지만 지지 않고 머물 수는 없는 법. 이건 자연의 법칙을 따를 수 밖에 없다. 이번 선거를 누군가는 이삼십 대의 반란이라고 한다. 이기고 진 것이 딱 그것만이라고 말 하기는 좀 어렵고 코로나로 인한 경제, 사회 면의 침체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일면 이해가 가는 면도 있다. 오늘 우리 사회에서 이삼십 대가 받는 대접이나 형편은 유럽 같으면 폭동이라도 일어났을 것이다. 그들에게 펼쳔 진 세상은 무한 경쟁에 그저 알바 천국이고 적절한 수입이 없으니 결혼..

[충주] 남산에서 만난 현호색

연보랏빛 현호색. 이름이 특이하다. 성이 현이고 이름이 호색인가? 이름의 유래가 궁금해서 찾아보기로. 현호색이라. 현호색(玄胡索)이란 이름은 씨앗이 검은 데에서 유래하며, 특히 기름진 땅이나 척박한 땅 등 어디에서나 잘 자란다는 의미도 들어 있다. 하지만 서양 사람들은 이를 달리 본 모양이다. 꽃 모양이 마치 종달새 머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속명을 그리스어로 종달새를 뜻하는 코리달리스(Corydalis)로 지은 것이다. 흐음. 그렇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