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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의 나라

무당과 점쟁이는 다르다. 무당은 푸닥거리가 전문이고 점쟁이는 앞날을 예측하는 것이 전문이다. 무당은 신내림의 과정이 있어야 하고 점쟁이는 그런 거창한 절차는 없어도 된다. 그러나 이런 두 기능을 한 몸에 지닌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그중 한 사람이 진령군이라 불렸던 무당 박 씨 박창렬. 1882년 임오군란 때였다. 몇 달째 급료를 받지 못했던 성난 군사들이 민비(閔妃)를 죽이려 했다. 놀란 민비가 잽싸게 충청북도 충주 노은 국망산 자락까지 도망갔다. 이때 근처에 살던 무당 박 씨가 민비에게 "걱정 마시라. 얼마 있으면 한양으로 가시게 된다"라고 예언을 했다. 예언한 날과는 좀 달랐지만 어쨌든 50여 일 후 민비는 한양으로 환궁했다. 당연히 무당 박 씨도 함께였다. 이때부터 무당 박 씨의 전성시대가 시작된..

충주 2022 살이 2022.02.08

터키 - 1 만 년의 시간 여행

2022년은 터키 방문의 해. 누가 정했냐고요? 터키 정부가 아니라 내 마음대로 정했습니다. 가게 되면 좋고 못 가면 또 그 나름대로 좋고. 그렇다면 준비를 해야죠. 그래서 준비 차원으로 우선 ‘터키 1만 년의 시간 여행’이라는 책을 도서관에서 빌렸습니다. 총 두 권입니다. 읽어 보니 아주 재미가 넘치는데 아니 이런 책을 아직 그냥 두었다고? 그동안 못 본 책인가 했는데 2권을 보니 책 표지에 생긴 상처가 옛 기억을 되살려 주었습니다. 본 것이군요. 그럼 그렇지. 책에 있는 상처란 20년 전쯤 집에서 길렀던 두 마리 사랑앵무가 책 표지를 찍어 놓은 것이지요. 책만 찍어 놓는 것이 아니고 소파도 찍고 베란다 철망도 찍었더랍니다. 하도 난리라 나중에 어쩔 수 없어서 그냥 세상 속으로 보내 주었던. 그러고 보..

충주 2022 살이 2022.02.07

소설 프랑스 혁명

모처럼 역사 공부를 진지하게 싶어서 ‘소설 프랑스혁명’이란 책을 골랐다. 일본 작가 사토 겐이치의 원작을 로마인이야기를 번역한 김석희가 번역한 시리즈 소설이다. 현재 도서관에 있는 책은 6권까지로 후속작은 아직 나오지 않을 걸 보니 집필 중인 모양이다. 제 1권 혁명의 영웅을 읽는데 갈수록 지루해 져서 읽기 싫은 걸 억지로 끝냈다. 그 다음은 이렇게 이어진다. 제 2권 바스티유 함락 제 3권 성자들의 전쟁 제 4권 길 잃은 의회 제 5권 왕의 도망 제 6권 왕을 지켜라 억지로 6권까지 읽어 오기는 했다. 장한 거. 그러다 6권 초장에 포기. 너무 지루하고 재미가 없어서리. 어짜피 6권이 끝나도 아직 루이 16세의 처형까지 가지 않았으니 이런 속도로 가면 적어도 나폴레옹 등장까지는 20권이 넘어야 끝나지 ..

충주 2022 살이 2022.02.03

1월 26일 수요일

오늘도 둥이 '호'와 '우'를 돌보러 힘찬 출발. 간밤에는 비가 조금 내렸는데 그 이유인지 짙은 안개가 있는 곳이 가끔씩 있었지만 날도 푹하고 길 상태도 좋았어요. 가면서 문뜩 드는 생각. 이렇게 매주 한 번씩 왕복 다섯 시간이 넘게 돌봐 준 것을 우리 둥이들은 나중에 기억이라도 할까? 물론 나중에 덕이나 보자고 하거나 기억해 '달라고' 가는 것은 아닙니다만. ‘달라고’라는 표현이 나오니 드는 생각. 어느 동네에서는 ‘달라고’라는 장면에서 ‘주라고’라고 표현을 하더군요. ‘해 달라고’를 ‘해 주라고’ 아무튼 그러면서 드는 또 다른 생각. 나는 두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어요. 외할아버지는 육이오 때 큰 아들이 호주기 오폭에 의해 사망하자 화병으로 돌아가셨고, 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났을 때 서울에 사셨고 ..

돌봄 일기 2022.01.27

2022년 처음 남산에 가다

오늘 낮부터 날이 제법 포근해졌습니다. 그동안 남산 기슭 창룡사도 다니고 계명산 아랫마을 안림동 쪽으로도 산책을 다녔지만 역시 산에 드는 것만 못하죠. 모처럼 남산에 들었습니다. 남산은 636m인데 600m쯤부터 응달에는 눈이 제법 남아 있습니다. 정상 부근 남산성 북사면은 응달 중에 응달이니 더하죠. 멀리 월악산이 보이는군요. 날이 푹해지면 어김없이 미세먼지가 극성이지만 오늘이 첫날이라 아직은 그나마 시계가 양호합니다. 심한 날은 월악산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 집에서 남산도 안 보이니. 충주호 멀리는 금수산 그 왼쪽으로 작성산과 동산. 정말 산너머 산이네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어느 스님이 절에서 공부할 때 처음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었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

충주 2022 살이 2022.01.22

1월 19일 수요일

집에서 나올 때는 평소와 다른 게 없었습니다. 인간극장이 끝나는 걸 보고 비슷한 시간에 출발을 했으니. 날이 좀 많이 차기는 했지만 해도 잘 보이고 전혀 문제가 없는 날이었죠. 그런데 여주쯤 오니 아내가 10시부터 서울 광주 이천 쪽에 대설 경보가 내려진다네요. 하늘이 저렇게 멀쩡한데. 이천 휴게소에서 잠시 쉬고 다시 출발하여 얼마를 달리니 가는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더군요. 그러다가 아들에게 전화가 옵니다. 서울은 함박눈이 내리니 조심해서 오시라. 뭐 그럽시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는 눈 오는 것이 심상치가 않으니 오지 마시라고. 복된 소식에 눈이 확 밝아집니다. ㅎ 어디서 돌아가야 하나. 나는 그걸 궁리하는데 아내는 아들에게 며느리의 의견을 물어보라 하네요. 역시 여자는 남자와 다릅니다. 얼마 뒤 며느리..

돌봄 일기 2022.01.20

야망 패자

누구나 야망을 품지만 최후의 승자는 하늘이 결정한다. 일본 전국시대. 쌈박질로 시작해 쌈박질로 날이 저물던 시기. 강한 자는 약한 자를 당연한 듯 먹어 치우고, 상전이라고 해도 틈을 보이면 곧 뒤집어 자신이 상전의 자리를 차지하는 하극상의 시절이었다. 하극상이라. 하극상하니 잠깐 곁다리로 나가서 젊을 적 추억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현직 병아리 교사이던 시절. 수업을 하고 교무실로 돌아오니 교감이 불렀다. 교감 옆자리에는 팔짱을 낀 남자가 앉아 있었고. 가자마자 교감의 호통이 터졌다. 아무개 선생, 그 반에 누구 있지? 네, 그렇습니다만. 그 아이가 누군 줄 알아, 내 조카여. 그런데 그 반 어떤 놈이 그 아이를 괴롭힌다는 거야. 담임이 되어 가지고 그런 것도 몰라. 엉겁결에 당해서 별소리도 못 하고 내..

충주 2022 살이 2022.01.18

흐르는 강물처럼

모처럼 산책에 나섰습니다. 날이 추워 꼼지락거리기 싫어 매장 청소 등 대충 할 일만 하고 집에 돌아 와서 책 보고 영화를 보며 지냈거든요. 목적지는 창룡사. 창룡사 가는 도중에 교현천 상류와 만납니다. 건기인 요즘도 교현천은 물이 항상 풍부하게 흐르는데 산 너머 충주호 물을 끌어 와 흘려 보내서 그런 것이죠. 힘차게 흐르니 물소리도 박력이 있어요. 내가 요즘 인터넷 커뮤니티에 얼마나 중독이 되있었는지 실감을 하네요. 한 커뮤니티의 자유게시판 글을 읽노라면 머리에 온갖 잡스런 생각이 가득하기에 끊기로 맘 먹었고 오늘이 나흘째입니다. 그런데 첫날이나 둘째날은 참을만하더니 나흘째 되니 금단 현상이 있네요. 머리 속에 온통 그 생각만 떠오르고. 이게 중독이 되어 있었다는 증거이겠지요? 어렵지만 끊어 보렵니다. ..

충주 2022 살이 2022.01.15

1월 12일 수요일

오늘도 몹시 추운 날이지만 서울 가는 어제도 많이 추웠어요. 올 때나 갈 때 차만 타면 되니 추운 건 크게 문제 되지 않지만, 센터에서 교육을 마친 다음 우리 둥이들이 나들이를 가자고 하면 어쩔지 하는 조금의 우려가 있긴 했어요. 뭐 그건 그때 알아서 하기로 합니다. 서울 가는 길은 ‘여성시대’와 함께 합니다. 양희은 언니의 목소리는 여전하고 서경석 씨의 목소리도 탄력이 있어 좋지만 중간 전하는 청취자들의 사연이 다양해 듣기가 괜찮습니다. 어떤 사연은 좀 억지스러운 것도 있지만 어떤 건 감동이 뚝뚝 흐르기도 하지요. 모두의 삶이 퍽이나 다양하지만 정답은 없으니 어느 게 바르고 어느 게 틀린 지 남이 판단할 수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어제는 특별히 하모니카 연주자의 연주가 있었습니다. 와 하모..

돌봄 일기 2022.01.13

중원의 무지개

아사다 지로의 소설. 아사다는 철도원이라는 감동의 소설 작가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중원의 무지개’는 청나라 말기부터 장개석의 북벌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한 장면을 이루었던 동북왕 장작림의 전기 소설로 마적 출신인 그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주를 호령하는 군벌로 커가는지를 담백하게 묘사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그저 그가 일본 관동군에 의해 폭사되었고 그로 인해 만주가 일본 관동군에게 넘어갔고 그의 아들이 풍운아 장학량이라는 것만 알았었다. 세상에는 거저 되는 것은 없다.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진 소설. 마치 삼국지같기도 하고 무협지 같기도. 중국 현대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총 4권으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읽기에 적당한 분량이다.

충주 2022 살이 2022.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