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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르] 기독교 세력의 보루였던 곳으로

에게르(Eger)는 부다페스트에서 북동쪽으로 대략 130 km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조용한 작은 도시이다. 1552년 오스만 제국의 군대의 공격으로 포위되었던 요새가 있는 곳으로 온천과 포도주로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 갔다 와서 드는 생각. 미리 세계 테마 기행 에게르 편을 보고 갈걸. 포도주와 온천은 별 관심이 없으나 막강 오스만 군대를 막아낸 성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서. 기차는 부다페스트 동역(Keleti)에서 매 시간 출발을 한다. 역에 가는 도중 만난 거리 음악가들의 바이올린 솜씨는 대단했다. 거리에서 듣는 바이올린 연주의 마이웨이라니. 우리나라에서 저 정도면 마스터 급일 텐데 이 나라에서는 거리 음악가라. 거리에 오줌을 싸는 강아지들의 솜씨도 대단하지만 거리 음악가의 실력도 대..

[부다페스트] 안드라씨 대로를 따라서(하)

두나를 따라서 긴 유람선이 지나가고 있었다. 한국인들에게 두나 유람선은 아픈 기억이라서 타고 싶은 마음은 없다만 보기에는 멋진 풍경이다. 벤치에 앉아서 다리로 쉬고 경치 관람을 하고 있는데 한 무리의 인간들이 행진하는 것처럼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딱 보면 알겠더라, 그들이 어떤 종자들인지. 유대인들이었다. 아마도 내가 가려는 곳에 가서 무슨 행사를 하려는 듯. 그러더니 경찰이 그쪽으로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왜 안 된다고 하니 잠시면 갈 수 있으니 기다려 달란다. 제네들은 되고 나는 왜 안 되냐 해도 그냥 막무가내. 도로도 경찰차로 막고 도나에도 배가 감시를 하기 위해 떠 있었다. 짜식들. 그렇게 세상 사람들이 무서우면 착하게 살아야지. 영어로 진행하는 것을 보니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인 듯 보인다..

[부다페스트] 안드라씨 대로를 따라서(상)

컨디션 난조인 아내는 숙소에서 쉬고 혼자 거리 구경에 나섰다. 우선 공포의 관(Terror Haza)이라는 무시무시한 기념관을 먼저 보려고 했다. 이곳은 박물관 겸 정치적 희생자를 기리는 기념물이 있다고 한다. 아침부터 좀 으스스하고 보고 나면 우울해지는 곳을 보려니 유쾌한 것은 아니나 사는 게 늘 즐거운 일만 보고 살겠는가? 가는 도중 학생인 듯한 인물상을 만난다. 1956년 헝가리 반소 항쟁 그때를 회상하며 만든 동상일까? 이 항쟁은 소련군의 강경 진압으로 수 천명이 희생되고 20여만 명이 해외로 망명하는 참담한 비극을 남기면서 실패로 끝났다. 학생들의 희생도 컸다 하니 총을 잡기는 했지만 공부를 갈망하는 그때를 회상하는 것 같기도 한데 글쎄다.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듯 헝가리로 현대사가 피로 얼룩졌다..